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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이라크 ‘미군철군 이후’ 종파갈등 커질듯

등록 2008-08-24 21:29수정 2008-08-25 10:18

무장한 이라크 군인들이 23일 바그다드 서부에 인접한 타북에서 피난을 떠났던 주민들을 집으로 귀환시키는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살인 혐의로 현상수배중이던 한 남자를 붙잡아 흰 천으로 눈을 가렸다.  타북/AP 연합
무장한 이라크 군인들이 23일 바그다드 서부에 인접한 타북에서 피난을 떠났던 주민들을 집으로 귀환시키는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살인 혐의로 현상수배중이던 한 남자를 붙잡아 흰 천으로 눈을 가렸다. 타북/AP 연합
알카에다 대항군으로 지원한 수니파 세력 커져
시아파 정부, 지도자 수백명 체포령 등 압박 강화
향후 이라크 정국 일정
향후 이라크 정국 일정
미군의 이라크 철수가 가시화함에 따라 이슬람 양대 종파인 수니-시아파 갈등이 이라크 내 포스트 미군 시대의 최대 갈등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이라크 협상팀은 2009년 6월 말까지 이라크 주요 도시에서 미군 전투부대가 철군하고, 2011년 말까지는 철군을 완료한다는 내용의 협상초안에 합의했다.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의 친미 시아파 정부는 최근 미군 철군 일정이 가시화하는 시점에 맞춰, 지난주부터 수니파 민병대 지도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축출작전에 나섰다. 이라크 알카에다의 거점이었던 디얄라 지역에서는 수니파 민병대 지도부 650명에 대한 체포령이 내려졌다고 <뉴욕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이라크의 복잡한 정국 구도는 종파분쟁과 석유이권이 맞물려 있다. 미국은 효율적인 통치와 석유자원 확보를 위해 이라크를 △북부 쿠르드 △남부 시아파 △중서부 수니파 등 3개의 자치지역으로 쪼개는 연방제를 구상했다. 그런데 북부에는 키르쿠크, 남부에는 바스라라는 거대한 유전지대가 있는 것과 달리 중서부에는 유전지대가 없다. 권력과 자원으로부터 소외된 수니파 일부는 극단적 무장저항을 벌였다.

지난 3~4월 무크타드 알사드르가 이끄는 반미 시아파 무장조직인 마디민병대가 같은 시아파인 알말리키 정부와 격렬한 내전을 벌인 것도 유전지대인 바스라 지역의 통제권을 둘러싼 다툼이었다. 마디민병대는 지난 6월 미군과 이라크 정부군의 대규모 소탕전에 밀려 교전을 포기했다. 알사드르는 현재 이란에 머물고 있고, 5년 정도 더 체류할 계획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이 22일 알사드르 최측근의 말을 따 보도했다. 시아파간 내분은 일단 물밑으로 가라앉았으나, 마디민병대는 10월 지방선거에 대비하며 세력의 재결집을 노리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을 운용했으나 미국의 침공으로 소수파로 축출된 수니파의 부족 지도자들은 2006년 ‘계몽위원회’라는 자위조직을 만들었다. 미군은 알카에다 합류를 막고, 치안 안정을 위해 이들에게 무기와 급료를 지급하면서 알카에다에 맞선 대항군으로 활용했다.

현재 수니파 무장세력은 미군과 이라크 정부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미국은 이라크 정국 안정을 위해 이들을 유급 무장경비대로 편입하려 하나, 이라크 정부는 달갑지 않다. 집권 다와당 소속 하이다르 아바디 의원은 “바그다드와 디얄라의 수니파 상당수는 실제로 알카에다 조직원이었다가 티셔츠만 바꿔 입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독립통신사인 <아스와트 알이라크>는 알말리키 총리가 23일 시아파 부족장 회의에서 “(사담 후세인의 수니파 정당이었던) 바트당은 새로운 이라크에서 설 땅이 없으며, 잔당도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외교협회의 스티븐 비들 선임연구원은 23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알말리키 정부는 미국이 자신들만 선택하기를 바란다. 알말리키 정부가 얌전히 굴지 않고 수니파 민병대 소탕에 나설 것 같다”고 내다봤다.

수니파 계몽위원회는 오는 10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합법적 정치조직으로 탈바꿈하려고 후보 명단까지 짰다. 시아-수니파, 중앙권력과 지역토착세력의 권력분점과 공존 여부가 향후 이라크 종파 분쟁의 새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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