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회원국간 이견땐 기능장애”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전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존재’ 자체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옛소련의 팽창주의를 견제하고자 만들어진 나토가 냉전 이후 안보체제 개편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해, 러시아로부터 ‘강타’ 당한 셈이라고 15일 시사주간 <타임>은 보도했다.
나토는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외무장관 회담을 열어 이번 그루지야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와 관계를 재고할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루지야 사태를 러시아의 침공으로 규정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대러 강경주의자들은 그루지야 등 약소국에 대한 나토 가입 확대를 이번 사태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17일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그루지야의 나토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혀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이와 같은 나토 회원국들의 반응이 올 12월 열릴 나토 정상회담에서 행동으로 옮겨질지는 부정적이라고 <타임>은 내다봤다. 옛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뉴유럽’(동유럽 신생 회원국)이 러시아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주장해도,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올드유럽’(서유럽)은 러시아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나토는 현재 아프가니스탄 대처로도 힘겨운 지경이며 이란 핵문제도 모스코바의 협력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문제는 나토가 ‘합의체’인 만큼, 잇따른 불협화음으로 자칫 기능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러시아는 이번 군사행동을 통해 그루지야를 나토로부터 떨어뜨렸을 뿐 아니라, 나토 자체에도 결정타를 날리게 된 셈이다.
‘오일머니’로 힘을 키운 러시아는 나토의 확장 저지에 나서는 등, 지정학적 위상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를 통해 러시아는 나토 중심의 유럽의 안보체제가 ‘기능장애’라는 것을 입증하고, 그동안 주장해 왔던 것처럼 자신들이 동등한 파트너로 참석하는 새로운 안보체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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