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채널1> 방송은 8일 러시아 탱크가 남오세티야의 수도 츠힌발리로 이동하고 있는 장면을 내보냈다.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남오세티야에 자국 평화유지군 수를 증강해 유혈 사태를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루지야는 이날 휴전에 합의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남오세티야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고, 이에 러시아가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남오세티야 지원에 나섰다. 츠힌발리/채널1 AP 연합
러시아계 많은 남오세티야 이주정책이 ‘불씨’
옛소련 붕괴뒤 갈등…코소보 독립이 기름부어
옛소련 붕괴뒤 갈등…코소보 독립이 기름부어
러시아와 그루지야가 사실상 전쟁을 시작하면서, 1990년대 초반 이 지역을 불바다로 만들었던 내전 이후 최악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루지야와 자치 공화국 남오세티야의 영토 분쟁에 개입하며 러시아가 내세운 명분은 남오세티야 안의 자국민 보호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민이 어디에 있든지 나는 그들의 생명과 위엄을 지켜야 한다”며 “러시아 시민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자는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1991년 옛소련 붕괴 뒤, 압하지야와 함께 그루지야에 편입된 남오세티야의 인구 70% 이상이 러시아계라는 점을 염두에 둔 말이다. 두 지역 주민들은 러시아 여권과 루블화를 사용하고 있고 투표권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러시아는 ‘인종 청소’설까지 제기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날 “그루지야군이 남오세티야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인종 청소를 저지르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그루지야가 남오세티야를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은 서방의 군사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서방 국가들이 남오세티야 분쟁과 관련해 올바른 결론에 도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이같은 마찰은 1991년 옛 소련 붕괴 뒤,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가 그루지야에 편입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루지야 정부는 두 지역에 그루지야인 이주 정책을 펴면서 민족 갈등을 키웠다. 두 자치공화국이 1991, 92년에 각각 독립을 선언하며 그루지야는 내전에 휩싸였다. 내전은 러시아의 개입으로 중단됐지만, 러시아 주도의 평화유지군 3천여명이 이 지역에 주둔해 중립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04년 ‘장미혁명’으로 집권한 미하일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는 등 친서방 노선을 걸으면서 러시아의 심기를 한층 불편하게 했다. 지난 2월 국제사회의 코소보 독립 승인은 이런 해묵은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코소보 독립 승인에 힘을 받은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가 독립 요구에 나섰다가 희망이 좌절된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은 이들과의 협력 강화를 지시했다. 이에 그루지야는 거세게 반발했고, 그 와중에 압하지야 상공을 정찰하던 그루지야 무인정찰기가 격추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후 지난 5월, 러시아는 그루지야의 군사 공격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압하지야에 평화유지군 3천여명을 추가로 파병해 군사적 충돌 우려를 키웠다.
러시아의 개입까지 불러온 이번 영토 분쟁은, 이 지역 내 또 다른 자치 영토인 압하지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날 압하지야의 세르게이 바갑슈 대통령은 “두 자치공화국은 그루지야와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동안 수차례 말해 왔다”며 “다음은 압하지야 차례가 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전투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연합뉴스 hongbyul@hani.co.kr
그루지야-러시아 갈등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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