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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우리 문화 도둑질” 중국 반한감정 고조

등록 2008-08-05 21:14수정 2008-08-05 22:29

2005년 ‘강릉 단오제’ 세계유산 등재후 심화
민족정서 기댄 언론·인터넷 통해 확대 재생산

아인슈타인의 할아버지는 한국의 김치를 먹고 자랐다? 닐 암스트롱은 달에 도착하기 전 한국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중국 내 반한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포털 ‘톈야’의 게시판에선 ‘한국을 욕하지 말라. 존경하라’는 반어적 제목의 글이 4일 눈길을 끌었다. 황당한 내용이지만 “한국이 뭐든 뺏으려 한다”며 불만인 중국 누리꾼들은 “최고”라는 댓글로 화답했다.

지난주 일부 중국 매체들은 한국 언론과 한국인 교수의 이름을 빌어 ‘쑨원 한국 기원설’을 퍼뜨렸다. 고대 미인 서시도 한국인이고 농구선수 야오밍도 한국계라는 등 ‘한국 쪽’을 빙자한 출처 없는 주장도 신문에 실렸다. 사실무근의 오보라는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주요 포털 게시판은 또다시 ‘반한’(反韓) 여론으로 들끓었다.

중국판 위키피디아 ‘바이두 백과사전’은 반한 정서의 원인을 박탈감으로 요약한다. 강릉 단오제의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등재 등 문화 ‘침탈’과 급격한 경제성장에 바탕한 우월의식 등, 문화유산과 자존심을 빼앗아갔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렇게 촉발된 반한 정서는 민족주의 감정에 기댄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유통·재생산된다. ‘쑨원 한국 기원설’ 기사는 지난해 ‘석가모니 한국 기원설’ 오보의 재탕이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성균관대학의 한 교수가 …라고 발표했다”는 기사 형태나 “제주도 지역의 조선인”을 거론한 내용마저 똑같았다. 언론들은 사실 확인 없이 성급히 기사를 썼고, 누리꾼들은 이를 사방에 ‘퍼다 날랐’다.

중국 쪽은 특히 2005년 강릉단오제의 세계무형유산 등재 때부터 한층 경계감을 보여 왔다. 중국 정부는 전통명절인 청명절·단오절·중추절 등을 올해부터 공휴일로 선포했다. 누리꾼들은 한국이 명대 약학자 이시진의 <본초강목>이나 천문관측기구 혼천의, 인쇄술과 한자 등을 노린다며 눈을 부라린다. 중국 언론은 ‘한국, ○○ 세계문화 유산 신청 움직임’ 식의 기사도 쏟아낸다.

최근 <에스비에스> 방송의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방영이나 올림픽 성화봉송, 지난 4월 연예인 탄징이 한국 회사원들과 술을 마신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 등을 거치며 한국과 한국 사람은 더욱 인심을 잃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누리꾼들에게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웃나라’를 질문한 한 조사에서 한국(40.1%)은 일본(30.2%)을 제친 1위였다. 대표적인 한류 드라마 <대장금>이 한때 ‘가장 싫어하는 연속극’ 선상에 오른 것도, 한의학이 중의학을 앞선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박탈감 우려 탓으로 풀이된다. 한류 스타들을 따르는 ‘하한주’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동북아역사재단 박경석 연구위원이 지난해 한 보고서에서 “역사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 이외의 다른 방법이 없다”라는 등 학계의 공동 연구 추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중국 소식을 다루는 한국 언론도 민족 감정을 조장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감정적 반응에 치우치는 누리꾼들의 태도 탓에 진정한 상호 이해는 멀게만 보인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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