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성당) 기사단(사진)
“700년전 해체·재산 몰수 책임”
스페인 후예 자처 단체 주장
스페인 후예 자처 단체 주장
템플(성당) 기사단(사진)과 교황 사이의 세기를 뛰어 넘은 공방이 현대 법정으로 이어졌다. 템플 기사단의 후예를 자처하는 한 스페인 단체가 로마 교황청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주 예수 성당의 주권 기사단’이라는 이름의 이 단체는 교황청이 과거 템플기사단의 재산을 부당하게 몰수한 사실을 인정하라며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4일 전했다. 이들은 지금 교황이 700여년 전 기사단을 해체했던 교황 클레멘스 5세의 후임인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레멘스 5세는 1307년 템플 기사단을 해체하면서 목초지와 풍차, 상업 시설 등 9천여곳 부동산을 몰수조처했다. 이 단체는 부동산의 현재 가치가 1천억 유로(약 158조 6천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로마 교황청을 경제적으로 붕괴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사단을 노리고 벌어진 음모의 중대성을 법정에서 알리기 위해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송을 통해 재산을 되찾으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고 스페인 일간 <엘문도>가 전했다.
템플 기사단은 성지 예루살렘을 되찾는다는 목적으로 유럽 각국의 지원을 받아 1099년 구성된 강력한 비밀결사다. 그러나 1244년 성지를 이슬람 세력에 뺏기면서 이교를 섬긴다는 의심을 받아 고문과 박해를 당하고 해체됐다. 이번 소송은 교황청이 지난 10월 당시 재판을 기록한 비밀문서를 공개하면서 이뤄졌다. 이 문서에서 교황 클레멘스 5세는 템플 기사단이 이단이 아님을 인정하지만, 이들을 고발한 프랑스 왕 필립 4세와의 평화를 위해 해체에 나섰다고 밝혔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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