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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에이즈’ 감염인 감소…낙관론뒤 그림자 여전

등록 2008-08-03 18:30수정 2008-08-04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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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이즈 “예방·치료 프로그램 효과”
공개 기피·감염인 차별 여전해 ‘숙제’
지구촌은 과연 ‘에이즈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유엔 산하 전문기구 유엔에이즈(UNAIDS)는 지난달 29일 “2007년 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인이 3300만명으로, 전년보다 20만명 가량 줄어들었다”는 내용의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2005년 정점에 달했던 에이즈 사망자 수가 2006년(210만명)에 이어 지난해(200만명)까지 2년 연속 줄었고, 2001년 300만명에 달했던 신규 감염자 수도 지난해 270만명으로 감소했다. 에이즈 감염인 3분의 2가 몰려 있는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 등에서 에이즈 예방과 치료 프로그램이 시행된 결과라며, 전문가들은 환영했다.

반가운 소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엔의 연례 보고서가 나온 지 이틀 뒤인 31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에이즈를 비롯한 치명적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480억달러(48조7천억원)를 투자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2003년 시행된 정책의 지원금을 3배 이상 늘린 것이다. 미국은 또 에이즈 감염인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처도 해지했다.

에이즈를 몰아내려는 지구촌의 노력들이 실낱 같은 빛을 보고 있다. 하지만 ‘에이즈 퇴치가 멀지 않다’는 낙관론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여전히 길고도 길다. 에이즈 치료를 받았던 사람 2명 중 1명이 여전히 5명의 새로운 감염인을 발생시키고 있는데다 중국과 러시아, 독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감염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면역결핍 바이러스 신규 감염인 수를 과소 평가해 왔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2일 ‘고백’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센터는 2006년 한햇동안 바이러스 신규 감염인이 5만6300명으로 늘어났다며, 한 해 4만명의 감염인이 발생한다는 이전 예측을 수정했다. 에이즈 감염 시기를 더 정확히 밝힐 수 있는 새로운 혈액 검사 기법을 쓴 결과, “미국이 에이즈를 퇴치하려면 멀었다는 신호가 나왔다”는 것이다.

감염인 수 줄이기에만 급급해, 에이즈 환자들의 권리 개선 노력이 더딘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회적 차별을 우려한 감염인들이 검진과 치료를 기피하는 ‘악순환’을 부르고 있어서다. 심지어 미국에서조차 에이즈 환자로 낙인 찍힐까봐 검사를 꺼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감염인 중 25%는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사회적 차별을 부추길 수 있는 법적 장벽도 여전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법원의 조사 결과, 케냐와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우간다 등 아프리카 11개국에선 에이즈 바이러스 양성자가 자신의 파트너를 감염시키지 않았더라도, 감염 여부를 고지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있는 ‘차별적’ 법률을 두고 있다. 또 남미 대다수 나라들은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차별을 법으로 금하고 있지만, 법을 위반해 처벌을 받은 사례는 드물다. 이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에드윈 카메론 판사는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당신이라면 에이즈 환자라고 밝히겠느냐”며 이런 법적 환경이 에이즈 퇴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3~8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제17회 국제 에이즈 컨퍼런스’에서는 에이즈 퇴치의 걸림돌이 되는 사회적 차별과 편견 등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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