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주민들이 25일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자동차 폭탄테러로 숨진 하마스 대원 5명과 6살짜리 소녀의 장례식에서 주검을 운구하며 슬퍼하고 있다. 가자/AP 연합
팔레스타인 ‘폭탄 테러’ 싸고 대립
자치정부, 이집트에 긴급중재 요청
자치정부, 이집트에 긴급중재 요청
팔레스타인의 내분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양대 정파인 파타당과 하마스가 의문의 폭탄테러로 또 다시 불신과 분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5일 하마스 거점인 가자의 해안지역에서 3차례에 걸쳐 폭발물이 터져 하마스 무장대원 5명과 어린이 1명이 숨졌다. 하마스는 이번 폭탄테러의 범인을 파타당으로 지목하고, 26일 가자지구에서 200여명의 파타당 관련자를 체포했다. 또 파타당 계열의 뉴스통신사 사무실을 덮쳐 컴퓨터와 서류 등을 압수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양쪽간에 교전이 벌어졌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파타당 관계자는 “하마스 보안군이 27일 자정을 갓 넘긴 시각에 들이닥쳤다. 수 시간 동안 로켓추진수류탄까지 동원한 총격전이 있었으나 체포된 사람은 없었다”고 <알자지라> 방송에 밝혔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를 이끄는 파타당은 이번 폭탄테러는 자신들과 무관하다며 개입설을 부인했다. 파타당의 한 대변인은 “이번 테러가 하마스 내부의 갈등의 결과이며 그들의 내분을 감추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의 보안군은 자신들의 거점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35명의 하마스 조직원들을 체포하는 보복조처를 취했다.
<뉴욕타임스>는 27일 “이번 폭탄테러와 그에 대한 하마스의 대응은 지난해 6월 하마스가 가자 지구의 통제권을 장악한 이후 양쪽간의 긴장이 가장 높은 수위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하마스 관리들은 일련의 파타당 관계자 체포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번 폭탄테러가 누구의 소행인지는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열악한 생존환경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가자 주민들의 절망감도 더욱 깊어졌다. 여섯 아이의 엄마인 파티마 아메드 살라마는 “형제들끼리 서로 싸우고 피를 부르게 하는 유령이 두렵다”고 말했다. 아부 아델(65)은 “파멸적인 내전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사람을 해칠 뿐”이라며 자제를 호소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하마스 쪽에 대화 재개를 요구하는 한편, 이집트에 긴급중재를 요청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팔레스타인 백성은 땅을 잃고 요르단강 서안과 이집트 접경 지역의 지중해 연안인 가자의 ‘자치 지구’에 수용됐다. 애초 지리적 단절에서부터 분열의 씨앗이 내포돼 있던 셈이다.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 계열의 파타당은 1993년 오슬로 협정의 ‘2개 국가 공존’ 방안을 받아들여 이스라엘과 공존을 추구하는 쪽이다. 반면, 하마스는 유대인 정착촌과 분리장벽을 늘리는 이스라엘의 ‘위선적 태도’를 비난하며 무장투쟁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하마스는 2006년 총선에서 압승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파타당과 연립내각을 구성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속 각료들과 의원들을 ‘테러 연계’ 등 갖가지 구실로 잡아들이면서 사실상 제도정치권에서 내몰았다.
하마스는 지난해 파타당과 격렬한 내전까지 벌인 끝에 가자 지구를 장악했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교역과 통행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원조까지 막는 철저한 봉쇄로 고사 작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제국(UNRWA) 보고서는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존 환경이 전례없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장기 봉쇄 탓에, 인도주의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빈곤선 하위 계층이 51.8%로 인구 절반을 넘어섰”으며 “2007년 하반기 실업률이 45.3%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 봉쇄가 하마스를 제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주민들에 대한 집단처벌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하마스는 지난해 파타당과 격렬한 내전까지 벌인 끝에 가자 지구를 장악했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교역과 통행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원조까지 막는 철저한 봉쇄로 고사 작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제국(UNRWA) 보고서는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존 환경이 전례없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장기 봉쇄 탓에, 인도주의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빈곤선 하위 계층이 51.8%로 인구 절반을 넘어섰”으며 “2007년 하반기 실업률이 45.3%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 봉쇄가 하마스를 제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주민들에 대한 집단처벌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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