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마음의 냉전 허물자” 독일시민 20만명 환호
“오바마! 오바마!”
휘날리는 성조기와 그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로 가득한 그곳은 흡사 미국의 한 도시처럼 보였다. 중동에 이어, 유럽 순방에 나선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2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시민 20만명으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이날 베를린 승전탑 부근 티어가르텐 공원에서 “국가와 인종, 종교 간의 벽을 허물어 ‘마음의 냉전’을 무너뜨리자”는 오바마의 호소에 독일인들은 큰 박수 갈채를 보냈다. 이 연설은 1987년 6월,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라”고 외쳤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모습과 묘하게 겹쳤다. 독일 언론들은 오바마의 방문을 1963년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의 서독 방문에 비교하며 ‘검은 케네디’에게 떠들썩한 관심을 보냈다. ‘외교 문외한’이란 비난을 받아왔던 오바마가 차기 글로벌 리더로 부각되는 순간이었다. 오바마의 독일 연설을 생중계한 <시엔엔>(CNN) 방송 등은 “오바마가 세계적으로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최근 독일에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선 ‘만일 미국인이라면 오바마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74%에 달했다. “오바마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냈고, 인종이나 사회적 배경에 상관 없이 누구나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라고 <타임>은 분석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 재임 8년 동안 소원해졌던 유럽-미국의 동맹 관계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베를린자유대학의 북미 연구가 안드레아스 에트게스 교수는 “독일인들은 부시와 미국을 구분하고 있다”며 “오바마는 피부색 때문만이 아니라 더 나은 미국을 상징하기도 한다”며 유럽에서 그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오바마 열풍’에 대한 경계의 시각도 나온다. 오바마가 이날 연설에서 유럽에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대테러전에 대한 더 많은 협조를 요청하는 등 기존의 외교정책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유다. <슈피겔>은 “오바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이 문제에서 손을 떼게 두지 않을 것인 만큼 ‘우리’나 ‘우리는 할 수 있다’ 등의 오바마 캠페인 구호에 엮이는 데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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