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
버냉키 “미 경제 숱한 어려움”
“경기하강·인플레 위험↑”
의회 증언서 비관 선회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의장이 미국의 ‘경기하강 위험이 줄어들고 있다’는 전망을 수정함에 따라, 미국의 경기 침체가 공식 확인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15일 상원 은행위에 출석해 실시한 반기별 증언에서 “미국 경제가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경제성장 전망에 중대한 하강 리스크 있고, 인플레이션 전망에는 상승 리스크들이 강화됐다”고 밝히는 등, 지난달 “경기하강 위험이 다소 줄어들고 있다”는 다소 낙관적 전망을 비관적으로 수정했다고 <불름버그뉴스>가 이날 전했다. 버냉키의 발언은 금융위기, 인플레이션, 증시 하락, 주택가격 폭락, 실업률 증가, 소비 둔화, 경제 성장률 저하 등 온갖 악재들로 덮힌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 위기의 재발로 더 악화하고 있는 현실을 금융정책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버냉키는 “연준의 최우선 과제는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가까운 때 일시적으로 더 높이 올라가는 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버냉키의 발언은 시장을 낙담시켰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추가적인 경기 하강과 높아지는 인플레이션의 이중 리스크에 대한 버냉키의 경고로, 미국 경제가 조만간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가망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엠에프아르(MF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슈아 사피로는 “‘성장 하락 리스크가 사라졌다’는 것과 관련해 버냉키가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이 시장을 곤경에 빠뜨렸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이날 “연준의 황량한 전망으로부터 미디어의 관심을 돌리려 계획된”(<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조지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의도했던 것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힘든 시기를 헤쳐나가고 있다. 바닥은 지금”이라며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 무역도 늘어났다”는 다소 낙관적인 언어들을 골라 썼다.
하지만 미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84%, 달러가 유로 대비 0.22% 하락하는 등 시장은 버냉키의 우울한 경제전망에 크게 반응했다. 이날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도 치솟는 에너지와 식량 가격 탓에 27년 만에 최고치인 9.2% 상승했다. 부시 행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수백만 가구에 1070억달러(약 107조원)의 세금을 환급해줬으나, 6월 가계 소비지출은 불과 0.1% 상승하는 데 그쳐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유럽 경제도 ‘경착륙·침체’ 전망
스페인 부동산 거품 붕괴
독일·프랑스 투자·수출 ↓ 세계 2위 경제권인 유로존의 경기가 ‘경착륙’하거나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물론 유럽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하던 독일까지 급격히 흔들리면서, 유럽도 미국발 금융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이 15일 보도했다. 러시아와 중국 등 신흥 경제국 쪽 수출 증대에 힘입어, 유로존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비교적 건실한 성장세를 이어 왔다. 금융과 부동산 부문도 비교적 안정돼, 미국발 주택금융 부실(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안전지대’처럼 보였다. 하지만 유로화 강세와 고유가, 식료품값 상승 등의 부담 속에서, 유럽 경제는 빠른 속도로 악화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15일 최대 부동산 그룹인 마르틴사-파데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83억달러에 이르는 이 회사의 부채 탓에 대형 은행들까지 큰 타격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스페인이 올 여름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독일에서도, 7월 투자자 신뢰지수가 -63.9까지 떨어지는 등 ‘빨간불’이 켜졌다. 1991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 이날 유로 대 달러의 환율은 1.6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수출 부담을 늘렸다. 리먼브러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흄은 올해 유럽이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40%로 예상했다. “수출과 소비 등 성장의 모든 동력들이 꺼져가고 있어, 회복 모멘텀(계기)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이유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유로존 경제는 여전히 좋다”고 자신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올해 2분기 경제 성장이 ‘소폭’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2주 전에는 물가 인상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며, 동시에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물론, 유로존이 현재 경기 주기의 저점에 달해 올해 1.8%, 내년에는 1.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고수했다. 하지만 소시에테제네럴의 이코노미스트 올리비에 가스니에는 “중앙은행이 틀렸다”며, 올해와 내년의 경제 성장률이 각각 1.1%, 0.4%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판적 전망을 내놨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유로존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세계 경기가 미국 경기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실낱 같은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의회 증언서 비관 선회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의장이 미국의 ‘경기하강 위험이 줄어들고 있다’는 전망을 수정함에 따라, 미국의 경기 침체가 공식 확인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15일 상원 은행위에 출석해 실시한 반기별 증언에서 “미국 경제가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경제성장 전망에 중대한 하강 리스크 있고, 인플레이션 전망에는 상승 리스크들이 강화됐다”고 밝히는 등, 지난달 “경기하강 위험이 다소 줄어들고 있다”는 다소 낙관적 전망을 비관적으로 수정했다고 <불름버그뉴스>가 이날 전했다. 버냉키의 발언은 금융위기, 인플레이션, 증시 하락, 주택가격 폭락, 실업률 증가, 소비 둔화, 경제 성장률 저하 등 온갖 악재들로 덮힌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 위기의 재발로 더 악화하고 있는 현실을 금융정책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버냉키는 “연준의 최우선 과제는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가까운 때 일시적으로 더 높이 올라가는 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버냉키의 발언은 시장을 낙담시켰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추가적인 경기 하강과 높아지는 인플레이션의 이중 리스크에 대한 버냉키의 경고로, 미국 경제가 조만간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가망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엠에프아르(MF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슈아 사피로는 “‘성장 하락 리스크가 사라졌다’는 것과 관련해 버냉키가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이 시장을 곤경에 빠뜨렸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이날 “연준의 황량한 전망으로부터 미디어의 관심을 돌리려 계획된”(<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조지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의도했던 것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힘든 시기를 헤쳐나가고 있다. 바닥은 지금”이라며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 무역도 늘어났다”는 다소 낙관적인 언어들을 골라 썼다.
하지만 미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84%, 달러가 유로 대비 0.22% 하락하는 등 시장은 버냉키의 우울한 경제전망에 크게 반응했다. 이날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도 치솟는 에너지와 식량 가격 탓에 27년 만에 최고치인 9.2% 상승했다. 부시 행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수백만 가구에 1070억달러(약 107조원)의 세금을 환급해줬으나, 6월 가계 소비지출은 불과 0.1% 상승하는 데 그쳐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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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프랑스 투자·수출 ↓ 세계 2위 경제권인 유로존의 경기가 ‘경착륙’하거나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물론 유럽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하던 독일까지 급격히 흔들리면서, 유럽도 미국발 금융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이 15일 보도했다. 러시아와 중국 등 신흥 경제국 쪽 수출 증대에 힘입어, 유로존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비교적 건실한 성장세를 이어 왔다. 금융과 부동산 부문도 비교적 안정돼, 미국발 주택금융 부실(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안전지대’처럼 보였다. 하지만 유로화 강세와 고유가, 식료품값 상승 등의 부담 속에서, 유럽 경제는 빠른 속도로 악화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15일 최대 부동산 그룹인 마르틴사-파데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83억달러에 이르는 이 회사의 부채 탓에 대형 은행들까지 큰 타격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스페인이 올 여름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독일에서도, 7월 투자자 신뢰지수가 -63.9까지 떨어지는 등 ‘빨간불’이 켜졌다. 1991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 이날 유로 대 달러의 환율은 1.6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수출 부담을 늘렸다. 리먼브러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흄은 올해 유럽이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40%로 예상했다. “수출과 소비 등 성장의 모든 동력들이 꺼져가고 있어, 회복 모멘텀(계기)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이유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유로존 경제는 여전히 좋다”고 자신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올해 2분기 경제 성장이 ‘소폭’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2주 전에는 물가 인상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며, 동시에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물론, 유로존이 현재 경기 주기의 저점에 달해 올해 1.8%, 내년에는 1.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고수했다. 하지만 소시에테제네럴의 이코노미스트 올리비에 가스니에는 “중앙은행이 틀렸다”며, 올해와 내년의 경제 성장률이 각각 1.1%, 0.4%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판적 전망을 내놨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유로존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세계 경기가 미국 경기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실낱 같은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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