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개국 정상 참석…환경·이민 등 역내 협력 협의
“서로 싸우지 않고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를 배우는 게 이번 회담의 목표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3일 파리 그랑팔레에서 출범한 지중해연합(UPM) 정상회의에서 이렇게 말하고, 환경·이민·안보·교통·교육 등에서 역내 협력을 증진시킬 구체적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프랑스 최대 국경일인 혁명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열린 이날 회의에는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 및 지중해 연안 중동·북아프리카 16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고대 로마제국의 영토를 방불케 하는 이 지역의 인구는 7억5600만명에 이른다.
근현대사의 앙숙인 그리스-터키, 모로코-알제리 정상들도 한 자리에 모였다. 몇 십년 간 중동 나라들과 으르렁거리는 이스라엘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회담에 즈음한 막전막후의 교섭은 ‘사랑’의 성과에 대한 기대를 드높였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회담을 마친 뒤 “협상안 타결이 지금처럼 가까워보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참가한 정상들은 ‘대량살상무기 없는 중동을 추구한다’는 데 뜻을 모으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4일치 기사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저조한 국내 지지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유럽의 외교정책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애초 그는 다른 유럽 나라들을 배제한 채 지중해연합을 주도했으나, 이를 견제한 독일 탓에 유럽연합이 대거 참여하게 됐다.
<알자지라> 방송은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연설에 나서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퇴장했던 점 등을 들어 역내 실질적 협력 가능성의 한계를 지적했다. 무아마르 가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이 기구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프랑스 식민주의의 부활”이라고 비난하며 회의를 거부했다. <비비시> 방송은 지중해연합이 국가간 조정 능력이 부족한데다, 중동권의 국가간 협상기구인 아랍연맹(AL)의 기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전했다.
올해 유럽연합의 순번제 의장이기도 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모든 유럽·지중해 나라들을 한 방에 모은 건 굉장한 도박”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더불어 2년마다 열리는 지중해연합 공동의장을 맡았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