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별한 전쟁위험 없다” 말리기
이스라엘 최고위급 방미…부시·체니 등 회담 예정
중동에서 다시 고조되는 ‘이란 침공’ 위기에 이스라엘과 미국이 역할분담을 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이 ‘때리는 시누이’, 미국이 ‘말리는 시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이스라엘 최고위급 지도자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메이에르 다간 국장이 미 정보당국자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다음 주에는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이 방미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딕 체니 부통령,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등을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그 다음 주에는 가비 아쉬케나지 이스라엘 군 참모총장이 미국으로 날아가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 등 미군 수뇌부와 회담한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 고위관리들의 방미는 미 행정부 안에 체니 부통령이 이끄는 군사행동 선호파와, 게이츠 국방장관을 중심으로 한 (군사행동) 반대파 간의 격론의 와중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라크 국방장관은 10일 “이스라엘은 중동 최강국이며, 심각한 안보상의 위기가 닥쳤을 때 (군사력 사용의) ‘실행’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을 과거 역사 속에서 입증해왔다”고 경고했다. 최근 이스라엘 공군사령관에서 은퇴한 엘리에제르 슈케디 예비역 장군은 “이스라엘이 미국에 인도 날짜를 앞당겨줄 것을 요청해온 F-35 최신예 스텔스 전폭기가 곧 도입될 전망”이라고 밝혔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11일 전했다.
하지만 미 백악관은 전쟁 우려를 일축했다. 토니 프라토 백악관 부대변인은 10일 이란의 미사일 시험 발사로 전쟁 위험이 고조되지는 않았다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얘기를 지적하며, “게이츠 장관의 말이 옳고 특별히 위험이 높아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프라토 부대변인은 이란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 걸프지역에서의 방위 능력을 강화했다는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의 발언이 게이츠 장관의 말과 배치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게이츠 장관이 정확했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미국의 이런 ‘제지’가 역할분담일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6일전쟁(1969년), 엔테베 작전(1976년), 시리아 전격공습(2007년) 등 극적인 선제 기습공격을 외부의 도움없이 깔끔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시리아 전격공습 등은 미국을 대신한 군사행동이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뒤 미 행정부의 정권교체기를 이용해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양쪽이 서로에게 부담을 안주면서 이란을 때리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인남식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미국은 이스라엘을 말리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의 안보 위협을 키워놓고 이스라엘에는 제동을 건다는 이유로 미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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