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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국 ‘어깃장’에…‘숙제’ 못풀고 선언만 잔뜩

등록 2008-07-09 21:00

9일 오전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 윈저호텔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들과 업저버로 초청된 정상들이 확대 정상 기후변화회의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야코/연합뉴스
9일 오전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 윈저호텔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들과 업저버로 초청된 정상들이 확대 정상 기후변화회의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야코/연합뉴스
G8 폐막

미·영, 약달러-원유·곡물 투기 문제 ‘시선 회피’
‘제2의 바이오 연료’ 개발 등 실효성 의문 합의만

도야코 서미트 합의 내용
도야코 서미트 합의 내용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사흘간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9일 오후 신흥 경제 8개국과의 확대회의를 끝으로 폐막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주요 8개국 정상들은 원유와 식량난, 지구 온난화 문제, 핵확산 문제 등 세계가 당면한 난제에 무수한 합의를 쏟아냈지만, 평가는 주최국인 일본에서조차 우호적이지 않다.

<아사히신문>은 9일 “정상들의 합의내용에 시장이 냉담하게 반응했다”며 G8 한계론을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도 “투기자금의 폭주를 방치하고서는 세계경제를 안정적인 성장궤도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고 있는 과제이지만 주요 8개국은 정면으로 마주하려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8일 발표한 정상선언은 원유·곡물가 폭등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그 원인으로 지적되는 투기자금의 과도한 상품시장 유입문제에 대해 철저히 언급을 피했다.

이번 정상회의가 시장원리주의적 정책의 실패로 빚어진 지구 차원의 문제점에 대해 적극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오히려 세계무역기구의 다자간무역협정(도하라운드) 협상 가속화 등 자유무역 강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 강화를 해법으로 내놓은 데는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아프리카 7개국은 확대회의(7일)에서 투기자금 규제를 요구했으며,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가 규제를 주장한 것으로 보이나, 깊이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 배경에는 미국과의 영국의 신중론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기금 등이 펀드에 자금을 많이 운용하는 미국의 경우, 투기자금을 규제하면 연기금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정상회의 기간 중 “강한 달러는 자국의 이익”이라고 여러차례 언급했으나, 달러약세를 반전시킬 뾰족한 수를 제시하지 못해 투기자금의 달러 이탈은 계속되고 있다.

식량난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바이오연료 개발문제에 대해서도 부시 대통령은 개발 제한을 강력히 반대했다. 정상선언은 비식용물질에 의한 제2의 바이오연료 개발을 가속화하는 선에서 합의했으나, 상용화까지에는 10년 이상이 걸려 실효성이 의심된다.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 국가인 미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의 절반 이하 삭감’이라는 장기적 차원의 지구온난화 대책에 대해서도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공업국이 빠지면 의미가 없다며 ‘주요 8개국 정상의 합의’라는 문구를 막판까지 거부했다. 결국 8일 발표된 정상선언은 “세계 전체의 목표로서 공유한다”라는 애매한 표현에 그쳤다.


이에 중국과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들은 별도 모임에서 주요 8개국 쪽에서 먼저 온실가스를 80~95% 삭감해야 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반발했다. 9일 주요 8개국과 신흥 공업국 8개국이 도야코에서 공동으로 지구온난화 대책을 논의한 주요 배출국회의(MEM)는 정상선언 문구 중 50년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삭제한 채 ‘세계 전체의 장기 목표의 비전을 공유한다’는 한층 더 애매한 선언문을 합의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의제 너무 많아 ‘겉핥기’…언론앞 ‘정치쇼’ 변질

다시 들끓는 ‘G8 한계론’

주요 8개국 정상회의(서밋)는 “해마다 똑같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최근 외교전문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이 깎아내렸다.

<포린폴리시>는 서밋이 다루는 문제들이나 그 성과가 너무도 뻔해, 심지어 개막 전에 기사를 쓰는 것도 가능하다고 비꼬았다. 정상회의가 ‘제대로’ 다루기엔 너무 광범위한 의제를 다룬다는 지적이다. 75년 프랑스 랑부예에서 열린 첫 정상회의 합의는 교역·통화·에너지 등의 구체적인 조항 14개로 정리됐다. 30년 뒤 2006년 러시아 생페테르부르크 회의에서 합의 조항은 317개, 지난해 독일 하일리겐담 회의에선 329개에 이르렀다.

리처드 버트 전 독일대사는 그 책임이 언론에 있다고 지적한다. 애초 정상회의는 73년 미국 재무장관이 주요 4개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대표를 백악관 도서관으로 초청해 개최한 소규모 비공식 회의였다. 그러나 취재진 수가 늘어나면서, 각국 지도자들이 인기를 위해 언론 앞에서 벌이는 ‘정치 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실제 75년 랑부예 회의의 취재진은 400명 수준에 불과했으나, 98년 토론토 회의에선 5천명, 2000년 오키나와 회의 땐 1만명으로 늘었다. 올해 도야코 정상회의 취재진은 4천여명으로 집계된다. 자연히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식의 불투명한 약속이 남발할 수밖에 없다. <포린폴리시>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자고 합의한 이번 정상회의의 ‘결의’도 “그때가 되면 가고 없을 정치인들의 효력없는 약속”이라고 폄하했다.

정상회의를 정치쇼로 변질시켰다는 기존 매체들과 달리, 시민미디어의 활약이 이번 회의에서는 눈부셨다. 세계 각지의 시민미디어 ‘기자’ 300여명은 엔지오의 반서밋 집회나 대안 정상회의 심포지엄 등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삿포로 시내 3곳에는 시민단체들이 마련한 ‘시민미디어센터’가 이들의 취재활동을 도왔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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