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조인식…야당 반발로 의회 비준은 불투명
체코가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 협정에 최종 서명키로 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은 8일 체코 수도 프라하를 방문해, 체코 영토 내에 미국의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협정 조인식을 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6일 보도했다.
하지만 1968년 소련의 침공으로 20년 간 점령을 당했던 체코에서는 외국 군대 주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 데다, 야당이 반발하고 있어 의회 비준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난달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체코 국민 68%는 엠디 구축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엠디를 지지한다는 의견은 24%에 그쳤다. 체코 중도우파 연정이 의회(전체 200석)의 과반 이상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마저 미국의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비준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은 이란 등 ‘불량국가’로부터 미국과 유럽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지난해 1월부터 폴란드에는 미사일 요격 기지를, 체코에는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최근 폴란드가 엠디 기지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군 현대화 지원 등 보다 많은 군사지원이 약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협상 타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이 체코, 폴란드와 엠디 협정에 서명할 경우 러시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러시아는 동유럽 내 미국의 엠디 구축이 자국 안보에 큰 위협을 준다며 거세게 반발해 왔다. 지난 5월 취임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 방문 때, 폴란드와 체코 등에 엠디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계획은 역내 전략적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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