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2천만달러 지불 의혹 제기돼…콜롬비아 정부는 부인
‘영화 같은 구출’로 세계의 관심을 모은 콜롬비아 대선후보 잉그리드 베탕쿠르(46) 구출작전이 연극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스위스 라디오방송 <라디오스위스로망드>는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억류 중이던 베탕쿠르를 비롯한 15명의 인질을 구출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군이 작전에 앞서 무장혁명군에 2천만달러(약 211억원)을 줬기 때문이라고 4일 보도했다.
방송은 “인질들은 석방에 대한 대가를 받고 풀려난 것이며, 이후의 작전은 그저 ‘위장극’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온라인 일간 <미디어 파트>는 프랑스 정부가 콜롬비아무장혁명군 조직원들의 정치적 망명을 보장하고 콜롬비아와 미국 정부가 2천만달러를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만약 이런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효율적인 작전이라고 아낌없는 찬사를 받은 콜롬비아 정부가 큰 창피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라디오스위스로망드> 등은 정보원에 대해 “믿을 만한 소식통”이라고만 밝혔을 뿐 공개하지는 않았다.
프란시스코 산토스 콜롬비아 부대통령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면서, 무장혁명군이 흘리는 “역정보”라고 일축했다. 때맞춰 콜롬비아 당국은 인질 구조 작전을 담은 3분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작전은 혁명군에 침투한 정부 요원이 인질들을 혁명군 최고 지도자에 새로 오른 알폰소 카노에게 데려간다고 속여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빼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동영상은 인질들을 헬기에 태우는 동안 혁명군이 주변에 가만히 서 있는 영상 등을 담고 있었지만 헬기에 탄 혁명군들을 정부군이 제압하는 장면은 포함되지 않았다. 베탕쿠르는 5일 기자회견서 자신을 감시하던 혁명군 병사들이 헬기에서 속은 것을 깨닫고 “수치스러워했고 두려워했다”며 몸값 지급 의혹을 부인했다.
이번 작전 성공은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크게 강화시켰다. 구출 하루 전 73%였던 그의 지지율은 작전 다음날 91%로 솟았다. 2002년 집권 뒤 혁명군에 대해 군사적 강경책으로 일관해 온 그의 정책은 국내에선 대체적으로 지지를 받았지만 주변 국가들과 유럽으로부터 인질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구출 작전을 우려하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도 우리베 대통령의 결정에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번 작전에서 구출요원들의 연기 지도를 하는 등 깊숙이 개입해, 미국과 전통적 우방이던 콜롬비아의 관계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5일 전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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