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칸 박사 “북한 원심분리기 수입”
‘파키스탄 핵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북한에 우라늄 농축장비인 원심분리기가 제공됐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북한이 제출한 핵신고서의 검증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칸 박사는 지난 4일 <에이피>(AP) 통신과 한 전화회견에서 “2000년 파키스탄 보안군의 감독 아래 북한 항공기에 선적됐다”며 “파키스탄군이 중고 P-1 원심분리기에 대해 완전히 알고 있으며 (1999년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페르베즈 무사랴프 대통령의 동의 아래 이뤄진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떠한 장비의 수송도 파키스탄정보국(ISI)과 전략기획국(SPD)의 승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파키스탄의 핵무기를 관장하는 전략기획국의 책임자인 칼리드 키드와이 중장은 5일 일부 언론만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에서 원심분리기 제공은 칸 박사 개인의 밀매조직에 의한 것이고 파키스탄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칸 박사가 1987년부터 운영해 온 핵기술 밀매 조직망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갖고 있다”며 “지난 2000년 원심분리기 10여개가 칸 박사의 밀매조직에 의해 북한에 보내졌고, 그보다 앞서 수년 전에 원심분리기 1개가 제공됐다”고 말했다. 칸 박사 등의 발언은 북한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파키스탄제 원심분리기가 제공됐음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미국은 ‘원심분리기 문제’가 2002년 제2차 북핵 위기의 발단이 된 북한의 농축우라늄프로그램의 실체를 규명하는 결정적인 요소라며, 이에 대한 해명이 신고에 포함될 것을 거듭 요구해 왔다. 반면 북한은 6자 회담에 칸 박사를 직접 불러 확인해 보자는 식으로까지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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