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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무가베, 결선투표 고집…국제사회 비난 빗발

등록 2008-06-24 21:16

짐바브웨 사태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 반응
짐바브웨 사태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 반응
UN, 짐바브웨 선거폭력 성명 예정·투표 연기 촉구
침묵하던 아프리카 이웃나라들도 비판 동참나서
평화적 정권교체 가능성을 보이던 짐바브웨가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방관하던 인근 아프리카 국가 등 국제사회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개입할 수단이 마땅치않아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정권의 독주가 가속화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3일 짐바브웨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벌어진 선거 폭력 사태를 만장일치로 비난하는 성명을 채택키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사실상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개최가 불가능하다며 27일로 예정된 결선투표 연기를 촉구했다.

안보리의 이날 결정은 짐바브웨 야당 민주변화동맹(MDC)의 모건 츠방기라이 총재가 대선 결선투표 불참을 선언한 뒤 네덜란드 대사관으로 피신하는 등, 짐바브웨의 선거 폭력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야당 당사를 급습해 지도자 등 60여명을 체포한 짐바브웨 당국은 결선투표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못박았다.

지난 3월 실시된 대선에서 극심한 경제난에 따른 민심이반으로 야당이 선전하면서, 무가베의 28년 철권통치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무가베 진영은 선거 부정과 결과 발표 지연을 통해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하는 상황까지 몰고 갔다. 이 과정에서 야당 지도자를 구금하고 야당에 대한 폭력을 일삼으면서 평화적 정권교체의 ‘불씨’를 끄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국제 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 않는 무가베의 행보 뒤에는 물가 상승률이 연 20만%에 달할 정도로 파탄 지경에 이른 경제 상황이 놓여 있다. 서방의 경제 제재가 ‘약발’을 발휘할 가능성도 적을 뿐더러, 이미 고통받고 있는 빈곤층만 더 힘들어질 수 있어, 쉽게 그 방안을 동원하기 어렵다. 또 과거 식민 해방 투쟁을 함께 해왔던 아프리카 국가들의 암묵적 침묵은 이를 가능케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츠방기라이가 네덜란드 대사관으로 피신한 것이 이웃 아프리카 국가들에 보다 강력한 입장 표명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아프리카 국가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앞서 14개국이 참여하는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의 의장국인 잠비아의 레비 무아나와사 대통령이 결선투표를 연기할 것을 촉구했다. 짐바브웨와 1970년대 식민투쟁을 함께 전개하며 견고한 유대 관계를 지켜온 앙골라도 폭력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짐바브웨 야당을 지지하고 있는 보츠와나는 자국 대사를 소환해 최근 폭력 사태에 항의했다.

특히 짐바브웨 사태를 중재해온 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음베키 대통령은 그동안 무가베와 정면 대치하면 대화의 문마저 닫히게 것이라며 비판을 자제했지만,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남아공의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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