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등 ‘이례적’ 유전개발 비경쟁 입찰 계획
‘이라크전 목적=석유 지배권 획득’ 논란 재점화
‘이라크전 목적=석유 지배권 획득’ 논란 재점화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이라크 침공의 배후에 있었다는 의혹을 받아온 당사자들이 이라크로 복귀한다.
이른바 ‘메이저’로 알려진 세계 4대 석유 회사들이 이라크 침공 이후 첫 석유 관련 계약을 이라크와 맺을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 등이 19일 전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의해 이라크에서 쫓겨난 지 36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침공에 대해 “임무 성공”을 공표한 지 5년 만이다.
엑손모빌, 셸, 토탈 그리고 비피(BP) 등 이들 메이저 업체들이 오는 30일 이라크 최대 유전들의 복구를 위한 기술지원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이라크 석유부와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의 말을 따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이라크 석유부 후세인 샤리스타니 장관은 이달 초 경제 주간지 <중동경제조사>(MEES)와 한 인터뷰에서 “일일 생산량을 50만 배럴 더 늘리기 위해 6월 말까지 외국 기업들과 유전 개발 기술지원계약(TSA)을 맺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잡지는 이번 계약으로 △셸은 키르쿠크 △비피는 루말리아 △엑손모빌은 알주바이르 △토탈은 웨스트 쿠르나 등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작게 보이는 기술지원계약이 미래엔 큰 ‘열매’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협회(CERA)의 릴라 베날리 책임관은 “(이번 계약에서) 모든 회사들이 기다리고 있는 더 큰 상은 거대한 새 유전의 개발”이며, 이번 계약은 그 “발판”이라고 분석했다.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의 찰스 라이스 수석 경제담당관은 이번 계약이 (석유회사들의) 현대적 기술체계를 이라크에 들여놓는 다리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번 계약 발표는 미국 등 서방 세계의 이라크 석유 지배권 획득이 이라크 침공의 목적이었다는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이뤄진 첫 상업계약인 이번 계약에서 4대 메이저는 비경쟁 입찰의 혜택을 받았다. 이는 참여한 다른 40여개 기업에겐 해당 사항이 없는 특혜로, 석유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4대 석유회사들은 전쟁 이후 이라크에 들어가 석유부 자문 역을 해오던 회사들이다. 지금도 이라크 석유부에는 미국 인사들이 간여하고 있다.
이라크 석유부 대변인은 이 계약이 “기업의 현대적 석유생산 기술을 빌려오는 임시변통책”일 뿐이고, 4대 석유회사들이 비경쟁입찰 계약에 선택된 것은 “오래 함께 일해 와서 일하기 편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발표를 두고 미국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계약에서 미국 정부는 관여한 바가 없다”고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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