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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새 ‘석유질서’ 조짐

등록 2008-06-09 21:25수정 2008-06-10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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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미국보다 중국과 더 친하게’
중 소비량 급증…“2년뒤 미 추월”
미 증산요구 거부 중국엔 “합작”

국제유가의 초고공행진이 국제 석유시장의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으로 대표되는 과거 세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퇴조하고, 중국·인도를 필두로 하는 새로운 세력의 입김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사례가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중국의 역학관계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8일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과거 주도적 소비국으로 석유시장 전체를 사실상 주무른 미국의 말을 거부하기가 힘들었다. 자칫 하다간 유가 급락을 초래할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사정이 사뭇 다르다. 미국은 석유소비량이 하루 약 2천만배럴로 여전히 세계 1위이지만, 전체 소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서 1/4로 떨어졌다.

사우디가 부시와 딕 체니 부통령의 잇단 요청과 미 의회의 압박에 아랑곳않고 증산에 나서지 않는 데는 이런 상황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또한 8일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위협하고, 주요 8개국과 한·중·일이 강력히 요청했음에도 증산을 거부했다. 국제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석유전문가 그레그 프리디는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를 두고 “힘의 방정식이 변화하고 있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동 산유국과 중국의 관계는 갈수록 밀접해지고 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중국 쓰촨성 대지진 구호 지원금으로 각각 5천만달러를 내놓았다. 단일 국가 지원금으로는 가장 큰 액수다. 중국 최대 석유회사 시노펙과 합작해 50억달러 규모의 정유시설을 짓기로 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할리드 알부아이나인 부사장은 얼마전 중국을 방문해 “아람코는 성장에 필요한 중국 에너지 수요를 헌신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며 “이 합작시설은 중국에 대한 서약의 하나”라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수석 분석가 파티 비롤 박사는 2010년이면 미국이 맡아왔던 최대 에너지 소비국의 지위와 구실을 중국이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자원전쟁과 피 그리고 기름>을 지은 미국 햄프셔 대학의 마이클 클레어 교수는 최근 <아시아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강력한 새 에너지 소비국의 등장과 치솟는 수요, 에너지 공급의 위축이 새로운 세계 질서를 낳고 있다”며 “고유가가 계속되면 에너지 공급국으로 부와 권력이 이전되고, 에너지 수입국의 중하위 계층은 전에 없는 가혹한 현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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