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3일 로마 세계 식량 정상회의에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마/AP 연합
로마 식량안보회의
50여국 정상 참석…‘바이오연료’ 최대쟁점
‘식량값 급등 vs 바이오연료’
세계 식량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50여개국 정상들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하고자 3~5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머리를 맞댄다. ‘세계 식량 안보 고위급 회의: 기후변화와 바이오연료의 도전’이라는 주제의 이번 회의에서 바이오연료와 치솟는 식량값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의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연료는 식량 위기와 관련해 양날의 칼과 같다. 영국 등 유럽 정상들은 최근 세계 식량값 상승의 주범으로 바이오연료를 꼽았다. 사람의 입으로 들어갈 양도 부족한 상황에서 식량이 연료로 쓰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편, 세계 식량 생산은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말미암은 이산화탄소 배출에서도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온실가스로 인한 가뭄·홍수 등 기상이변은 식량 생산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는데, 문제인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도 바로 바이오연료다.
이번 회의를 주최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값 급등과 지구온난화 문제 사이에 균형점을 잡을 바이오연료 생산의 적절한 비중이 이번 회의의 최대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그러나 바이오연료의 적합한 생산 비중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은 회의에 앞서 준비한 식량 보고서에서 미국 등 주요 바이오연료 생산국들에게 생산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단계적으로 중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팸은 회의장 앞에서 옥수수 이삭으로 분장한 배우들이 연료 호스에 목을 매는 시위를 펼친 뒤 “바이오연료는 20년 이상 지속가능한 농업 모델에 하나의 장애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남미 최대 바이오연료 생산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3일 시작 연설에서 “바이오연료를 주목하는 배후에는 강력한 로비 단체가 있다”며 “고유가가 식량 생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입 다무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회의 분위기는 첫날부터 뜨거웠다. 영국 등이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등장을 두고 “자국민을 굶기는 이가 식량회의에 나왔다”고 비난하자 무가베는 “서방이 경제봉쇄를 통해 불법적으로 짐바브웨 정권을 바꾸려 한다”고 비난했다. 일본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일본이 쌓아두고 있는 수입쌀 30만톤을 곧 가난한 나라들에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다른 선진국의 동참을 권해 주목 받았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식량 위기와 고유가는 ‘강대국의 조작’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본 기후변화회의 ‘온난화 억제’ 기후세·탄소배출권 등 논의 지구 온난화의 재앙을 막기 위한 기후변화회의가 세계 162개국 대표와 10여개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일 독일 본에서 열이틀 일정으로 개막됐다. 지난해 12월 발리 회의에 이어 ‘포스트 교토 체제’를 논의할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온난화와 무관치 않은 국제 곡물값과 기름값 폭등, 기상이변 등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는 가난한 나라들의 선진국에 대한 불만과 대책 호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가난한 나라 대표들은 지구 온난화가 수백만명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으며 세계 식량난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빈국들을 대변하는 몰디브의 아므자드 압둘라 대표는 “해수면이 몇피트만 상승해도 몰디브는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며 “기후변화는 바로 눈 앞에 닥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운동단체들은 “(회의 참가국들이) 너무 느긋하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비난의 표적은 미국이다.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한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는 자국 상원에서 마련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법안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66%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8개국(G8)은 기후변화선언 초안에서 “미국이 탄소 배출 감축 목표치 설정을 머뭇거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회의에선 온난화 억제에 필요한 천문학적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이 중요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그에 드는 비용이 2030년까지 연간 2천억~3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유럽연합(EU)과 중소국들은 항공기와 선박 운항에 ‘기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멕시코는 각국의 정기 기부금으로 운용되는 공동기금을 만들어 개도국의 비용 부담을 줄여줄 것을 요구했다. <에이피>(AP)통신은 “항공료 부가세와 탄소배출권 거래가 이번 회의에서 2대 방안으로 연구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화석 연료를 줄일 수 있는 대체재로 주목받았던 바이오 연료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이보 드 보어 사무총장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바이오 연료가 곡물값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한 반면, 밀 소비 증가와 쌀 비축 등 다른 요소들이 결정적 구실을 한다”며 바이오 연료에 대한 과도한 비난을 경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서방세계와 지속적인 마찰을 빚어온 이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유엔 식량 정상회의에 참석하려고 3일 로마 유엔 식량농업기구 본부에 들어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 로마/AP 연합
본 기후변화회의 ‘온난화 억제’ 기후세·탄소배출권 등 논의 지구 온난화의 재앙을 막기 위한 기후변화회의가 세계 162개국 대표와 10여개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일 독일 본에서 열이틀 일정으로 개막됐다. 지난해 12월 발리 회의에 이어 ‘포스트 교토 체제’를 논의할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온난화와 무관치 않은 국제 곡물값과 기름값 폭등, 기상이변 등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는 가난한 나라들의 선진국에 대한 불만과 대책 호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가난한 나라 대표들은 지구 온난화가 수백만명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으며 세계 식량난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빈국들을 대변하는 몰디브의 아므자드 압둘라 대표는 “해수면이 몇피트만 상승해도 몰디브는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며 “기후변화는 바로 눈 앞에 닥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운동단체들은 “(회의 참가국들이) 너무 느긋하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비난의 표적은 미국이다.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한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는 자국 상원에서 마련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법안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66%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8개국(G8)은 기후변화선언 초안에서 “미국이 탄소 배출 감축 목표치 설정을 머뭇거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회의에선 온난화 억제에 필요한 천문학적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이 중요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그에 드는 비용이 2030년까지 연간 2천억~3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유럽연합(EU)과 중소국들은 항공기와 선박 운항에 ‘기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멕시코는 각국의 정기 기부금으로 운용되는 공동기금을 만들어 개도국의 비용 부담을 줄여줄 것을 요구했다. <에이피>(AP)통신은 “항공료 부가세와 탄소배출권 거래가 이번 회의에서 2대 방안으로 연구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화석 연료를 줄일 수 있는 대체재로 주목받았던 바이오 연료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이보 드 보어 사무총장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바이오 연료가 곡물값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한 반면, 밀 소비 증가와 쌀 비축 등 다른 요소들이 결정적 구실을 한다”며 바이오 연료에 대한 과도한 비난을 경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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