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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생산성 둔화로 식량위기”
FAO “농업지원 17%로 늘려야”
FAO “농업지원 17%로 늘려야”
‘풍요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제2의 녹색혁명’이 필요하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일 식량부족 사태로 세계적으로 사회적 불안이 높아지면서, 1950~70년대에 버금가는 농업 생산력 증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크 디우프 세계식량기구(FAO) 사무총장은 “식량 위기를 타개하는 유일한 방법은 식량을 증산하는 것뿐”이라며, 식량원조 기금을 현재보다 10배나 많은 300억달러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 국제농업개발기금(IFAD)의 렌나르트 보예 총재도 “현재 위기의 근본 원인은 농업 생산성의 둔화에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40개국 대표들은 식량안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3~5일 로마에서 회의를 연다. 식량이라는 단일 주제를 두고 세계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25년 만에 처음이다.
국제사회 지도자들이 제시하는 ‘처방’은 그동안 등한시해온 녹색혁명을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1950~70년대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농업 부문에 투자를 대대적으로 해 △고수확 종자의 개발 △관개시설 확충 △비료·살충제 개선 등을 일궈냈다. 그 결과, 개발도상국의 농업 생산력은 몰라볼 정도로 향상됐다. 맬서스 등이 경고한 기아에 의한 인류 종말을 피한 듯했다.
하지만 녹색혁명은 성공 그 자체가 농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 됐다. ‘곡물의 산’ ‘와인·우유의 호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농산물이 흔하게 되자, 농업 분야의 연구·개혁에 대한 투자 필요성이 사라졌다. 1979년 전체 개발원조의 18%(80억달러)에 이르던 농업 투자는 2004년에는 3%(30억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투자 감소는 곧바로 생산성 둔화로 이어졌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1960년대 초반 해마다 10%씩 수확량이 늘어났던 밀·쌀 등 주요 작물의 수확량 증가율은 1%대로 떨어졌다. 반면, 이 기간 중국·인도 등 신흥경제 국의 중산층 확대가 농축산물 수요를 부추겼고, 바이오 연료 생산과 기상 이변까지 겹쳐 식량 재고가 급감했다.
제2의 녹색혁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무르익었으나, 행동으로 옮겨질지는 미지수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비료·살충제 생산 비용이 고유가로 2년 새 3배 가까이 오른데다, 기후변화로 물 부족 현상 등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혁명이 유전자변형작물(GMO) 재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냉전 시기와는 달리, 어느 나라도 선뜻 개도국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원조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적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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