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속탄 작용 원리
미·러 등 ‘생산국’ 불참 실효성 의문
무고한 민간인의 무차별적 살상을 불러온 ‘집속탄’을 금지하도록 하는 국제협정이 처음으로 체결됐다.
전 세계 100여개국 대표들이 19~28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집속탄의 사용과 생산 등을 전면 금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들이 28일 보도했다. 집속탄 금지 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오슬로 회의’가 개최된 지 3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하지만 이 협정에는 미국·러시아·중국·인도 등 주요 집속탄 생산·보유국들이 참여하지 않았다.
협정문은 집속탄의 사용·생산·이전·비축을 전면 중단하고, 앞으로 8년 안에 비축분을 폐기하는 내용을 담았다.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과 불발탄 제거 등의 후속 대책도 포함됐다. 30일 총회에서 협정문이 채택되면, 12월 오슬로 회의에서 참가국들이 공식 서명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는 민간인 대량 살상의 위험이 큰 비인도적 무기의 ‘퇴출’이 시급하다는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으며, 1997년 대인지뢰를 금지한 오타와 협약 이후 10여년 만에 체결된 가장 중요한 ‘무장해제’ 조약으로 평가된다. 마이클 마틴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인도주의 국제협약으로 진전되기 위한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난항이 적지 않았지만, 이달 초까지도 협정 체결을 꺼려왔던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가 집속탄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협정 체결의 돌파구가 마련됐다.
하지만 미국·러시아·중국·인도 등 주요 집속탄 생산·보유국들이 아예 회의에도 참석치 않아, 협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미국 정부는 “집속탄을 쓰지 않으면 미군과 동맹국 군인들의 생명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영국·캐나다·독일 등 동맹국들에 협정 완화를 압박해왔다.
서명국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허점도 적지 않다. 협정문은 ‘현재’ 사용되는 집속탄의 금지를 규정해, ‘새로운 형태’의 집속탄이 등장할 여지를 남겼다. 서명하지 않은 나라들과 군사 공조를 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문제다. 이 조항에 대해 세계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뉴욕지부의 무기담당관 스티브 구즈는 <아에프페>(AFP) 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에 부분적 승리를 안겨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비시>는 미국·이스라엘· 중국 등이 대인지뢰협약에 가입하지 않았으나, 대인지뢰의 사용을 자제해온 점을 들어, 주요 반대국들이 집속탄 금지의 국제적 추세를 정면으로 거스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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