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유엔 평화유지군 어린이 성적 학대 심각”

등록 2008-05-27 21:05

‘세이브더칠드런’ 보고서…“6살 어린이도 포함”
“과자를 주겠다며 남동생을 불러낸 뒤, 싫다는 나를 숲으로 끌고가 차례로 성폭행했어요.”

코트디부아르(아이보리코스트) 북서부 유엔 평화유지군 캠프 인근에서 밭일을 하던 엘리자베스(12)는 지난해 6월, 군인 10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덩치 큰 군인들로부터 간신히 벗어난 뒤에도 ‘악몽’은 계속됐다. 집을 나서는 것조차 두려워 학교도 포기했다.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엘리자베스는 아직도 유엔이나 구호기관의 흰색 차량만 봐도 벌벌 떨린다고 말했다.

국제 어린이 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분쟁 지역의 치안 유지와 주민 지원 임무를 위해 투입된 유엔 평화유지군과 구호단체 직원들에 의한 어린이 성 학대가 심각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27일 보도했다.

이 단체가 내전을 겪은 코트디부아르·수단·아이티 어린이 341명을 대상으로 12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 대상 어린이의 3분의 1이 평화유지군이나 구호요원에 의한 성폭행 사례를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식량과 보호를 대가로 성행위를 강요받은 사례를 본 적이 있다는 대답도 절반에 이른다. 성 학대 피해자에는 6살 어린이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이 보고서는 유엔이 강도높은 대책을 약속했지만 평화유지군의 어린이 성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범죄를 저지른 군인들에 대한 처벌은 물론, 보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세이브더칠드런을 비롯한 구호단체 직원들의 성 학대 사례도 ‘고백’했다. 지난해 세이브더칠드런에선 혐의를 받은 직원 15명 가운데 3명이 파면됐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에서도 3명이 파면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헤더 커 세이브더칠드런 코트디부아르 지부장은 “성적 학대를 저지르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학대를 당하고도 신고조차 못하는 어린이들을 상대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어린이들이 침묵 속에서 성적 착취와 학대를 겪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국제적 감시단체의 창설 등 어린이 보호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닉 번백 유엔 대변인은 전 세계 평화유지군의 수가 20만명에 이른다며, 면밀한 조사와 처벌은 하겠지만 “이런 사건의 근절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우크라 “2005년생 북한군 생포…한국 국정원 협력해 심문 중” 1.

우크라 “2005년생 북한군 생포…한국 국정원 협력해 심문 중”

러시아와 전쟁 대비하는 독일…영토 방어 전담 육군 사단 신설 2.

러시아와 전쟁 대비하는 독일…영토 방어 전담 육군 사단 신설

LA 산불 배경에 ‘기후 채찍질’…샌프란시스코보다 큰 면적 태워 3.

LA 산불 배경에 ‘기후 채찍질’…샌프란시스코보다 큰 면적 태워

‘내란 옹호’ 영 김 미 하원의원에 “전광훈 목사와 관계 밝혀라” 4.

‘내란 옹호’ 영 김 미 하원의원에 “전광훈 목사와 관계 밝혀라”

LA 산불 진압에 수감자들도 동원…형량 줄이고 돈도 벌고 5.

LA 산불 진압에 수감자들도 동원…형량 줄이고 돈도 벌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