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 기억증’을 아시나요
미국 바론 등 3명 수십년전 식사 메뉴까지 기억…“뇌 구조 달라”
질 프라이스(42)는 14살 때부터 자신이 몇 시에 일어났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심지어 매끼니마다 무엇을 먹었는지까지, 시시콜콜한 일상을 전부 기억하고 있다. 그에게 일상은 “분리된 텔레비전 화면” 같다.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노래를 듣다가도, 심지어 냄새를 맡는 순간에도 ‘과거’가 틈입해오는 탓이다. 모욕 받거나 당황스러웠던 기억까지 떨치지 못해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할 지경이다. 그에게 이 특별한 능력은 그저 ‘짐’일 뿐이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13일, 날짜는 물론 과거에 일어난 모든 일들을 상세히 기억하는 ‘초특급’ 기억력을 지닌 세 사람의 얘기를 소개했다.
프라이스와 달리, 다른 두 ‘기억력 천재’들은 비교적 과거에 연연치 않는다. 11살 때부터 일어난 일들을 또렷이 기억한다는 릭 바론(50)은 기억력을 십분 발휘해 레스토랑 상품권이나 옷은 물론 스포츠 경기·콘서트 티켓 등을 따내기도 한다. “즐겁지 않은 일들은 무시한 채 살면 그만”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라디오 뉴스진행자인 브래드 윌리엄스(51)도 긍정적 프리즘을 통해 기억을 거른다. 8살 때부터 일을 기억한다는 그는 “상세히 기억하는 덕분에 보도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나쁜 기억은 그다지 자주 떠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의 제임스 맥고 신경학 박사 연구팀은 이들의 증상을 ‘과대 기억증’이란 말로 설명한다.
현재까지 과대 기억증의 원인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연구팀은 두뇌스캔 결과 세 사람 모두 정상인들과 다른 두뇌 구조를 갖고 있다는 특징이 드러났다고 조심스레 언급했다. 또 이들 셋 모두 수백여개의 방송 녹화테이프나 진귀한 음반 등을 모으는 ‘수집벽’이 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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