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현재 세계주요국 국부펀드
선진국 경제집중에 자유무역 반발 늘어…WSJ “자원 민족주의 강화”
‘세계화가 저물고 신국가주의가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년간 세계의 화두였던 글로벌리제이션(세계화)에 종언을 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국가의 영향력이 다시 커지는 ‘신내셔널리즘’(신국가주의)이 대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규제완화와 시장자본주의 등을 역설해왔던 보수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29일 심층분석 기사를 싣고, 세계화 이후 각국이 장벽을 높이고 나서는 신내셔널리즘 시대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2005년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를 통해 세계의 글로벌화가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라고 주장했으나 더는 그렇지 않다며, 각국이 국민의 일상생활과 경제에 대한 자신들의 역할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 더 이상 평평하지 않은 세계 세계화에 대한 회의는 이미 지난해부터 미국의 권위있는 외교잡지 등에서 제기돼왔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라위 압델랄 교수는 지난해 초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전 시대의 세계화도 지금처럼 중단될 수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재앙으로 끝났다”며 “오늘날의 세계화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역사학자들의 경고를 상기시켰다. 이 대학원의 판케이 케마와트 교수도 지난해 <포린폴리시> 3·4월호에서 “세계화 옹호론자들이 세계화의 실상을 과장하고 있다”며 세계화의 상징인 자본이동, 특히 자산투자가 국가를 넘는 것은 15%에도 못미친다고 지적했다. 세계화의 전도사 구실을 했던 다보스포럼도 올해 회의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야기된 금융불안을 세계화가 가져오는 부작용으로 정의하고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년 전만 해도 각국의 외환위기 속에서 자본의 힘이 커지고 미국은 새로운 국제무역협상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화의 물결이 이어졌으나, 이제는 국외투자에 대한 국가간 장벽이 높아지고, 국영기업들이 늘며, 자원민족주의와 이민 규제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국부펀드의 확산에서도 잘 나타난다. 현재 3조5천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들은 미국과 유럽의 금융기관들에 자금을 대고 있고, 부동산 사냥에도 나설 태세다.
몇몇 나라에 대한 경제력 집중 현상도 각국 정부가 ‘다국간 자유무역주의’를 내세운 세계화에 반발하는 배경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비비시>(BBC)방송이 세계 34개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1개국이 “경제적 세계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급속한 세계화에 불안감을 드러냈다.
■ 다시 커지는 국가의 힘 이 신문은 세계화가 주춤하는 자리에선 국가(정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현상을 신내셔널리즘이라고 정의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오직 국가 차원에서만 대처할 수 있는 국가안보에 대한 필요가 높아진데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부유해진 개발도상국들이 천연자원을 무기 삼아 선진국을 위협하는 등 정부가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은행 국제금융공사(IFC)의 마이클 클라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내셔널리즘이 오래 갈 수 있다”며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른 방향으로 작용해 국제적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퓰리처상 수상자이기도 한 대니얼 예르긴은 “평탄한 글로벌화의 시대가 분명히 지났다”며, 국가 권력이 자신의 역할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 역할의 확대는 일시적 현상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프리드먼은 “국가(정부)의 경제적 영향력은 경향이라기보다 에피소드에 불과하며, 기술의 진보가 경계를 넘어 개인들의 힘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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