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치안업무 미군에 이양” 미-이라크 합의
미 “주둔군 지위협정일 뿐”…민주 “비준 거부”
미 “주둔군 지위협정일 뿐”…민주 “비준 거부”
■ 가디언, 비밀문건 입수 보도 ■
이라크 주둔 미군이 유엔의 치안 유지 업무를 인수해 사실상 ‘점령군’ 자격으로 장기 주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영국 <가디언>이 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군과 이라크 정부가 합의한 ‘전략구상 협정 초안’이라는 비밀문건을 입수해, 올해 말로 위임 기간이 만료되는 유엔의 치안 업무를 미군이 이어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군이 이라크 영토에서 자유롭게 군사작전을 수행할 권한을 갖고, ‘긴급한 치안 이유’가 있을 때는 미군에 무기한 인신 구속을 인정하는 내용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은 지난달 7일 작성돼, ‘극비·기밀’로 분류됐다.
합의문은 이런 권한 위임이 “임시적”이며 “미군이 이라크에 영구 주둔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위임 만료시한이 언급되지 않아, 미국의 요구에 따라 미군의 무기한 주둔도 가능하다. <가디언>은 이런 점과 미군과 다른 동맹군들의 작전범위에 대한 제약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번 합의는 이라크와 미국 안에서도 강한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 합의문이 미국의 수많은 ‘해외주둔군 지위협정’과 비슷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라크에서는 “합의문이 미군 주둔군의 규모, 운용 무기의 범위, 이라크 민간인에 대한 미군의 법적 지위 등에 제약이 전혀 없어, 미국이 현재 다른 나라들과 맺는 ‘장기 안보협약’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도 이 합의문이 의회 비준을 받아야 하는 다른 협정문들에 비춰 너무 심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비준 동의를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편, 미군과 이라크 시아파 마디 민병대가 휴전 일주일 만에 다시 바그다드와 바스라 일대에서 이틀째 치열한 교전을 벌이면서 이라크는 겉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군은 7일에도 마디 민병대의 거점인 바스라 도심에 중무장 헬기와 전투기를 동원해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이날은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마디 민병대에 투항을 요구한 시한의 마지막 날이었으나, 민병대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사드르는 추종자들에게 항전을 촉구했다. 차량통행이 금지된 바그다드의 사드르시에서도 수천명의 민간인들이 최소한의 짐만 챙긴 채 피난길에 올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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