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양부모를 감옥에 보내주세요!”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당시, 고문실에서 태어나 친부모와 생이별한 여성이 자신을 키워준 양부모를 처벌해달라며 법정 문을 두드렸다. <비비시>(BBC) 방송은 군사 정권의 ‘더러운 전쟁’ 시절 태어난 반체제 인사들의 자녀가 어른이 된 뒤, 처음으로 법을 통한 단죄에 나섰다고 12일 보도했다.
마리아 유제니아 삼파요 바라한(30·사진)이라는 이 여성은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 법원에 자신의 양부모 오스발도 리바스 부부에게 징역 25년형을 선고해줄 것을 청원했다. 마리아는 자신의 ‘출생 비밀’을 감추기 위해 입양서류를 위조했다며 리바스 부부를 고발한 뒤,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것을 촉구했다.
마리아와 양부모의 기막힌 인연은 더러운 전쟁이 한창이던 30년 전 시작됐다. 마리아의 친부모 레오나르도 삼파요와 미르타 바라한은 군사독재 반대 투쟁을 벌이다 체포됐다. 체포 당시 어머니 바라한은 임신 6개월의 몸이었다. 바라한은 비밀 고문실에서 아기를 낳았지만, 고문실 장교 엔리케 베르티에에게 빼앗겼다. 베르티에는 갓난 아기 마리아를 리바스 부부에게 넘겨줬다.
그리고 2001년, 당국이 독재정권에 의해 부모와 떨어져 자라야 했던 ‘더러운 전쟁의 아이들’의 가계를 확인할 때까지 마리아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살아왔다. 그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부모의 존재를 알게 됐지만, 30년 전 실종처리된 그들의 행방은 알 길이 없었다.
진실을 알게 된 그는 친부모를 따라 ‘삼파요 바라한’으로 성을 바꿨다. 이어 양부모와 전직장교 베르티에의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우리 사회 전부와,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을 위해 양부모를 처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1976년 군사 쿠테타로 집권한 호르헤 비델라 정권은 좌익 게릴라 척결을 명분으로 반대세력에 대해 무자비한 탄압을 가했다. 이 더러운 전쟁 기간 사망하거나 실종된 희생자는 최대 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군과 연계된 가정에 강제로 입양된 여성 정치범들의 아기는 200명이 넘는다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1976년 군사 쿠테타로 집권한 호르헤 비델라 정권은 좌익 게릴라 척결을 명분으로 반대세력에 대해 무자비한 탄압을 가했다. 이 더러운 전쟁 기간 사망하거나 실종된 희생자는 최대 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군과 연계된 가정에 강제로 입양된 여성 정치범들의 아기는 200명이 넘는다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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