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군 해병대원이 일본 여중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다시 발생해 일본 사회가 들끓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11일 주일 미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미군의 범행이라면 매우 유감”이라고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미국 대사관도 “미국으로서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일본의 수사에 전면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혀 사태 확산 방지에 부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키나와 경찰은 11일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캠프 코트니 소속 타이론 해드넷(38) 부사관을 일본 여중생 성폭행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해드넷은 10일 밤 오키나와시 번화가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나오던 여중생 일행 세 명에게 말을 건넨 뒤 이 가운데 한 명(14·중 3년)에게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접근해 차에 태워 자신의 집과 공원으로 끌고 다니며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드넷은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키스는 시도했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며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덧붙였다.
주일미군의 75%가 밀집해 있는 오키나와는 1972년 일본에 반환된 뒤에도 미군 범죄가 끊이지 않아 반미 감정의 화약고로 꼽히는 지역이다.특히 95년 미 해병대원 세 명이 여중생 한 명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오키나와 주민 8만5천명이 항의 집회를 여는 등 일본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일본 국민들에게 직접 사죄해 겨우 사태가 진정됐다.
재발한 주일 미 해병대원의 여중생 성폭행 사건으로 미군 재편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오키나와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 문제가 다시 난항에 부닥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미-일 관계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설마하는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며 “정부가 미군 재편과 기지 축소 문제를 미국 쪽과 강한 태도로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토야마 간사장은 “일본 영토 안에 미군이 존재하지 않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몇 년에 걸쳐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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