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한 마리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나무 위에 앉아있다. 출처 -데일리메일
까치 한 마리가 독일 작은 마을의 평화를 깨뜨리고 있다. 베를린 근교 베른스도르프에서는 지난 10월부터 마을에 나타난 까치 한 마리가 가정집을 함부로 날아들며 도둑질을 일삼고 있다고 <슈피겔> 인터넷판이 3일 보도했다.
암컷인 이 까치는 처음에 나타났을 때만 해도, 주민들의 어깨에 살며시 앉아 먹을 것을 달라며 ‘애교’를 부렸다. 주민들은 ‘엘사’ ‘오스카’ ‘에르나’ ‘재키’ 등 다양한 이름을 붙여주며 이 까치를 아꼈다. 주민인 리디아 크루거(73)는 “사람들은 견과류를 줬고, 2주 전까지만 해도 아무 일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까치는 크루거 집의 열린 창문으로 들어와 탁자 위에 놓인 과자나 초콜릿을 먹어버렸고, 소파에 버젓이 ‘앉아’ 있기도 했다. 비프스튜가 담긴 냄비를 뚜껑이 닫힌 채 창밖에 뒀더니, 뚜껑을 열고 먹어치우기도 했다. 우체부에게 다가가 볼펜을 뺏어가기도 했고, 작업중인 인부들의 드라이버를 가져가기도 했다.
주민들은 입을 모아 이 까치를 이웃으로 여긴다고 말한다. 하지만 봄·여름이 걱정이다. 날이 풀리면 창문이나 난간문을 열어놓을테고, 까치가 더 쉽게 집집을 드나들 게 뻔하기 때문이라고 <슈피겔>은 전했다.
한편, 한국에선 반가운 손님을 알리는 ‘길조’로 대접받는 까치였지만, 이제 더이상 마냥 환영받는 새로 보긴 힘들다. 도심에 나무가 사라져 마땅히 둥지틀 곳을 찾지 못한 까치가 전봇대에 까치집을 지어 정전 사태를 빚는가 하면, 농작물 사이사이에서 찾아먹던 벌레들이 없어지자 농작물을 무차별로 먹어치워 농가에 막심한 피해를 준 까닭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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