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대선후보 지명 전당대회앞 '측근중 측근' 지명
내년 5월로 임기가 끝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 다음 대통령으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2) 제1부총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지도부와 만나 “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와 17년 이상 가깝게 지냈다. 나는 완전히 이 제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당 대선 후보를 지명하는 통합러시아당의 17일 전당대회를 앞둔 푸틴 대통령의 이런 지지 발언은 사실상 대선 후보자 지명과 다름없는 것이다. 3선 연임 금지로 내년 3월2일 대선 출마가 불가능한 푸틴 대통령이 대선 후보를 둘러싼 억측이 무성한 가운데 직접 후계자 이름을 거명해 후계 구도에 대한 자신의 뜻을 명확히 밝힌 셈이 됐다.
러시아에서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는 푸틴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으로 통한다. 변호사인 그는 푸틴 대통령과 같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 레닌그라드 국립대학을 졸업했다. 푸틴 대통령이 페테르부르크시 대외관계위원장이던 91~96년 같은 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일했고, 2000년 대선에서 푸틴의 선거 참모로 일한 뒤 크레믈 행정실 부실장, 2003년 행정실장을 지냈으며, 2005년 11월 인사에서 제1부총리로 승진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후계자로 꼽혀왔다. 그는 제1부총리로 보건의료·주택·교육정책을 관장하고 있다. 그는 현재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영국 <비비시> 방송은 이날 “푸틴이 유권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푸틴으로부터 공식 후계자 지명을 받은 메드베데프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푸틴은 내년 5월 이후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되 메드베데프 배후에서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한 분석가는 ‘푸틴이 메드베데프를 선택함으로써 서방과 맞서고 싶지 않다는 것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다른 분석가는 ‘메드베데프가 푸틴의 그림자로 남을 것이며, 집권하더라도 멘토 구실을 할 푸틴의 생각을 따를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이 퇴임 뒤 권력 연장을 위한 ‘비책’으로 벨로루시와 통합하는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9일 푸틴 대통령이 벨로루시와의 전면적 통합을 내용으로 하는 ‘폭탄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통합을 위해 마련할 새로운 헌법이 푸틴 대통령에게 공개적이고 합법적으로 권력을 연장하는 구실을 제공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7일 러시아의 라디오 방송 <에코모스크비>는 이번주 벨로루시의 수도 민스크를 방문하는 푸틴 대통령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과 통합 협정문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해 이런 관측을 부채질했다. 이 협정문에는 공용 화폐의 사용은 물론, 법률체계·군대·국가상징 등 두 나라의 완벽한 통합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이 방송은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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