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식량권 특별보고관 보고서
밀·옥수수 값 급등…빈곤층 ‘재앙’
밀·옥수수 값 급등…빈곤층 ‘재앙’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아온 바이오연료의 생산이 ‘반인도적 범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식량 부족과 곡물가격 급등으로 기아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잔 지글러 유엔 식량권 특별보고관은 유엔인권이사회에 보고서를 제출한 뒤 26일 한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 새 밀과 옥수수 가격이 2배, 4배씩 뛰어, 아프리카 등의 가난한 나라들은 식량으로 쓸 곡물을 수입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옥수수·콩·팜유 수십만t을 연료성 작물로 사용하는 것은 빈곤층에게는 재앙과 같은 일”이며 “농지를 바이오연료 생산에 갖다바치는 것은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라고 비난했다.
지글러는 빈곤층에게 닥칠 ‘재앙’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바이오연료 생산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5년 뒤면 현재처럼 밀·옥수수·사탕수수 등 농작물 자체가 아닌, 농작물 찌꺼기로부터 에너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전문가들은 옥수수속·쌀겨·바나나잎 등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배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잘 자라는 자트로파 같은 식물도 좋은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벤자민 창 미국 유엔대표부 대변인은 “바이오연료 개발도 우리의 할 일이고, 전세계적인 빈곤퇴치와 경제원조 또한 우리의 할 일”이라며 “바이오연료 개발이 빈곤층에 위협이라 생각치 않는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통신이 전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