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송수신때 가상화폐 활용
조직단위 ‘길드’로 바꾸기도
조직단위 ‘길드’로 바꾸기도
‘게임 세대’의 사회 진출이 기업의 업무 환경을 바꿔놓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게임에 익숙한 직원들의 성향에 맞춰 온라인 게임의 요소를 업무에 접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런 추세는 게임 세대의 성장을 반영한 것이다. 게임은 어린애들이나 하는 것처럼 인식돼왔지만, 미국오락소프트웨어협회(ESA)의 통계에 따르면 온라인 게이머의 평균 연령은 33살로, 대개 이들은 게임을 한 지 10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비엠(IBM)의 가상세계 연구자 이언 휴즈는 “다수의 기업이 직원들이 게임에서 습득한 기술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40명 이상이 참여하는 전투 게임에서 적을 무찌르기 위해 각각의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팀이나 길드를 이끌려면 강력한 조직능력이 필요한데, 이런 능력이 업무와 연관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현실과 유사성을 지닌 가상 공간을 활용해 직원들의 회합과 업무 훈련 공간으로 이용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또 기업들은 단지 게임에서 습득한 기술을 업무에 접목하는 수준을 넘어, 온라인 게임의 조직 방식 그 자체도 연구하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바이런 리브스 교수는 “기업들이 현대적 업무 환경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게임의 요소를 차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업체 세리오시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최근 관련 업체들과 전자우편을 주고 받을 때, 전자우편의 중요도를 표시해주는 ‘가상화폐’를 도입했다. 직원들은 ‘세리오스’라는 이름의 이 가상화폐를 일정 정도 지급받는데, 전자우편을 보낼 때 중요도 만큼 세리오스를 지불하게 된다. 이를 통해 꼭 필요한 전자우편을 놓치지 않게 하는 효과를 거두면서, 동시에 주목받고 있는 직원이 누구인지도 알 수 있는 소득까지 얻었다. 일부 기업은 업무 단위를 ‘길드’로 바꾸기도 했다. 업무를 수행한 직원에겐 ‘포인트’를 주고, 길드가 주어진 목표를 수행했을 경우 직함과 배지를 수여하기도 한다.
리브스 교수는 기업들이 게임적인 요소를 도입하는 가장 중요한 까닭은 이를 통해 업무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게임에서는 잘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명백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기업 환경이 좀 더 실력 중심으로 바뀌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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