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등 “최근 유가급등 정제 능력·설비 부족탓”
전세계적인 정유 설비의 낙후와 부족 현상이 석유시장의 새로운 불안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5일 반기마다 발표하는 ‘국제금융안정보고서’에서, “최근의 유가 급등은 공급 부족에 따른 것이 아니라 산유국들의 생산 여력 및 정유 능력 부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석유수출국기구(오펙)가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중유 등 저급유 쪽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는 지난 20~25년 동안 정유 산업에 대한 투자가 매우 저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전문가들을 인용해 “아시아 지역의 정유설비 부족이 특히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1995년~2002년 전세계에서 증설된 정유소의 60% 가량이 아시아에 있지만, 이미 역내 200여개 정유소의 가동률이 90% 이르는 등 역내 수요가 워낙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유비에스(UBS)는 아시아 지역의 정유 시설이 2002~2007년 사이 6.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같은 기간 석유 수요는 15.1%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도 지난해 통과되지 못한 에너지 법안을 재심리하는 청문회를 5일 시작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에너지 법안에는 석유 회사들이 뒤떨어진 정유 설비를 쉽게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정유설비 개선특구’를 설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5일 전미유화정유업협회 총회 연설에서 “전 세계의 정유 능력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은 “석유 부문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나라들이 특히 투자를 필요로 할 것”이라며 정유 설비가 낙후된 중동 산유국들을 겨냥했다.
이와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석유 생산량 95%를 차지하는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는 6일 하루 40만배럴의 생산 능력을 갖춘 정유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6일 〈불룸버그〉가 전했다. 칼리드 알-부아이나이 아람코 부사장은 “새 공장이, 미국에는 양질의 가솔린을, 유럽지역에는 저황 디젤을, 아시아권에는 나프타를 각각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린스펀은 의장은 국제 유가와 관련해 “최근 원유 재고가 늘어 기록적인 급등세는 진정되겠지만 세계적인 원유 수요는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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