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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세계 최초 인공위성, 소련당국 기대안해
과학자들 결단으로 우연히 성공시켰다”

등록 2007-10-02 19:43수정 2007-10-02 22:47

우주시대의 개막
우주시대의 개막
스푸트니크 발사 50년
잊혀진 개발자들 ‘고백’

우주전쟁에서 ‘서구권에 대한 공산권의 승리’로 기록된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의 발사가 ‘우연의 산물’로 밝혀졌다.

<에이피> 통신은 스푸트니크 발사 50년을 맞아, 보리스 체르토크 등 당시 발사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을 인터뷰해 스푸트니크 발사에 얽힌 숨겨진 얘기들을 1일 보도했다. 스푸트니크의 발사는 옛 소련이 국가적으로 추진한 철저한 계획의 산물이라기보다는 한 과학자의 결단에서 비롯한 즉흥적 도전이었다.

냉전이 한창이던 당시, 소련은 수소폭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추진력과 탑재력이 뛰어난 아르7 로켓을 만들었지만, 핵탄두 개발이 큰 진척을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그때 미국이 1958년 인공위성 발사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에 세르게이 코롤료프가 아르7을 이용해 인공위성을 발사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소련 정부는 이 계획을 승인하기는 했지만 마뜩잖게 여겼다. 로켓 기술자로 당시 계획에 참가했던 게오르기 그레치코는 “정부 관계자들은 위성을 그저 장난감이나 코롤료프 박사의 한심한 환상 정도로 여겼다”고 말했다.

“미국 위성개발에 자극받아
수준낮은 로켓에 위성 실어
정부 , 송출 신호 듣고야 열광”

이런 불신 분위기와 미국을 앞서야 한다는 초조함 속에 스푸트니크는 불과 석 달 만에 완성됐다. 원래 원뿔형이 제시됐지만, 지구를 닮은 구형으로 최종 확정됐다. 57년 10월6일에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미국이 5일 인공위성을 발사할 것이라는 잘못된 첩보가 입수돼 계획이 이틀 당겨졌다. 최종 테스트는 물론 생략됐다. 그레치코 등 젊은 과학자들은 스푸트니크에 다양한 과학 장비들을 싣자고 주장했지만, 코롤료프는 시간이 없다며 반대했다. 그레치코는 “만일 그렇게 됐다면 우주시대를 연 것은 소련이 아니라 미국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푸트니크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뒤에도 소련내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스푸트니크 발사의 역사적 의미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탓이다. 소련 정부는 짧게 공식 발표를 했고,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도 발사 소식을 한쪽 구석에 작게 전했을 따름이었다. 니키타 흐루쇼프 전 총리의 아들이자 미국 브라운대학의 선임연구원인 세르게이 흐루쇼프는 “그저 소련 경제와 과학이 제 궤도에 올라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계기 정도로만 여겼다”고 말했다.

스푸트니크가 전한 ‘삐~삐~’ 신호음에 전세계가 열광하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흐루쇼프는 연구진에 “인공위성으로 미국을 앞지를 줄은 몰랐다”며 볼셰비키 혁명일인 11월7일까지 2호선을 띄우라고 명령했다. <프라우다>는 뒤늦게 세계의 열광적인 반응을 실으면서, 하늘에 비친 빛을 스푸트니크가 지나간 자리라고 전했다. 체르토크는 “이것은 2단계 보조로켓 분리 때 나오는 빛일 뿐, 맨눈으로는 스푸트니크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발사 주역들에게 돌아온 것은 영광이 아니라 씁쓸함이었다. 위성 발사를 진두지휘했던 코롤료프는 66년 숨질 때까지 스푸트니크 발사 과정에 참여했다는 사실조차 밝힐 수 없었다. 흐루쇼프가 “소련 인민 전체의 성과”라며 노벨상 수상 기회도 차단해, 코롤료프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의 딸 나탈리아는 한 책에서 “우리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존재”라고 아버지가 자조했다고 밝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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