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와 가장 못사는 나라 국민들의 평균수명 격차가 30년이나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인디펜던트> 신문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관한 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부자 나라들과 가난한 나라의 평균수명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0∼200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의 평균수명은 78.8살이었다. 이는 1970∼1975년보다 7년 이상 늘어난 수치로, 지난 세기에 비해 거의 30년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의 가난한 나라 국민들의 평균수명은 46.1살로, 1970년 이래 겨우 4개월 늘었을 뿐이다.
또 같은 나라에 살더라도 사회계층 어디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평균수명 차이가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수명이 높은 영국 안에 살더라도 글래스고 극빈층 남성의 평균수명(54살)은 인도인의 평균수명보다 낮았으며, 스웨덴 성인 남성 중 박사학위 소유자가 석사학위 소유자보다 사망률이 낮은 게 그 예다.
이런 평균수명의 격차에 대해 위원회의 마이클 마멋 의장은 “사회계층 구조의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지위 신드롬’(Status Syndrome)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위 신드롬이란 사회계층의 최하층 사람들만 건강 상태가 나쁜 게 아니라, 계층에 따라 그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마멋 의장은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좀 더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돼, 경제적 환경적 위협에 덜 취약하게 돼 건강 상태가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가난과 비위생, 감염 등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속한 사회계층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내년 5월 발표될 최종 보고서에서 낮은 지위가 사람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조사하고, 그 대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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