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마피아 조직
4대 조직중 은드라게타 급부상…유럽·남미가 주무대
‘조직원 살해’로 국제화 실체 확인…코사노스트라는 쇠락
‘조직원 살해’로 국제화 실체 확인…코사노스트라는 쇠락
지난 15일 독일 북서부 뒤스부르크에서 이탈리아 남성 6명이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이탈리아 마피아 은드란게타의 펠레-로메오 가문 소속 조직원들로 내부 갈등으로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은드란게타의 국제화’의 실체가 일부 드러났다.
은드란게타(‘명예로운 조직’이란 뜻)는 이탈리아 4대 마피아 조직 가운데 하나로, 유럽 전역의 코카인 거래를 실질적으로 독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이탈리아 총리실은 보고서를 통해 은드란게타가 “독일·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발칸반도·동유럽과 남미 등에서 상당한 규모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탈리아 남부에서 은드란게타가 가장 지배적인 범죄집단”이라고 밝혔다. 코카인 생산·밀수세력과의 “굳건한 연결망”을 토대로 국제적인 활동영역을 갖췄다는 것이다.
특히 동유럽은 이 조직의 대표적 활동무대다. 20년 동안 이 조직에 대한 조사활동을 해온 니콜라 그라테리 검사는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뒤 은드란게타는 옛 동독 지역으로 가 역사적·건축학적으로 가치있는 저렴한 부동산을 사들였다”며 “뒤이어 피자가게, 식당, 호텔 등의 합법적 사업체를 만들어 돈세탁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은드란게타를 탈퇴한 뒤 지난 1998년 이탈리아 경찰에 붙잡힌 조르지오 바실레는 당시 “독일인들은 피자가 있는 곳엔 언제나 마피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북미·남미·북유럽·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은드라게타 출신 이민자들을 통해 다국적 중개 거래에도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드란게타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전통적으로 국제적 활동을 자랑해온 코사노스트라의 최근 침체와는 대조적이다. 시칠리아섬을 근거지로 삼은 코사노스트라는 지역·가족적 유대를 토대로 이 지역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마피아의 원조’로 불려왔다. 영화 <대부>로 유명세를 누린 이탈리아계 미국 마피아 조직도 코사노스트라에 근거를 두고 있어, 코사노스트라는 국제적 조직으로 분류돼왔다. 그러나 1990년대 경찰의 끈질긴 단속과 계속된 재판으로 코사노스트라 조직원들 수백명이 수감됐고, 1천명이 넘는 조직원들이 코사노스트라를 떠나 수사당국에 ‘협조’했다. 지난해 4월엔 ‘보스 중의 보스’로 불려 온 베르나르도 프로벤자노를 비롯해 두목급 24명이 붙잡히기도 했다. 미국의 코사노스트라계 마피아 조직도 전국적 명성을 잃고 뉴욕·시카고에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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