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솔루트 보드카 광고
“빈앤드스피리트(V&S) 인수전이 오는 9월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흑맥주 브랜드 기네스와 조니워커(위스키), 베일리스(리큐르) 등을 판매하는 디아지오의 최고경영인 폴 월시는 최근 “우리도 참가하기를 고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빈앤드스피리트는 세계 3대 프리미엄 술 브랜드로 꼽히는 앱솔루트 보드카의 제조회사이며, 지금은 스웨덴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집권한 스웨덴 중도우파 정권이 향후 3년 동안 민영화 추진을 선언한 6개 기업 가운데 하나로, 앞으로 새 주인을 찾아야 할 상황이다.
규모가 50억~70억달러가 될 것으로 알려진 빈앤드스피리트 인수전에는, 세계 1위 주류업체인 디아지오 외에도 2위인 페르노리카를 비롯해 바카디, 포춘브랜즈 등 굵직굵직한 주류회사들이 참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드카 시장의 장래성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앱솔루트 보드카의 꾸준한 판매 성장세에 주목한 까닭이다.
보드카는 전세계 모든 알콜 음료 시장의 28%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 종류에 속한다. 이 때문에 온갖 브랜드가 난립해, 지난 4년 동안 세계 주류 시장에 소개된 보드카 종류가 240가지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엿새마다 새로운 보드카가 탄생했다는 의미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이같은 시장상황에서도 지난해 매출 신장 7%를 기록하는 등, 프리미엄 브랜드 정착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상품 구성의 다양화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인정을 받는다. 80년대 후반부터 레몬, 오렌지 등을 내놓으며 맛이 첨가된 보드카 칵테일의 시장몰이를 선도했고, 2000년대 들어서도 바닐라, 자몽, 배 맛 ‘앱솔루트’를 소개해 왔다.
최근 이 회사의 ‘몸값’을 한층 띄운 것은 상반기 새 광고 시리즈 ‘앱솔루트한 세계에서는’이었다. 이 광고에는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진 ‘거짓말쟁이’ 정치인 △임신한 듯 배가 부른 남성과 여성 △광고판들은 없어지고 거장들의 미술 작품이 거리를 장식한 뉴욕 타임스스퀘어 등이 등장한다. ‘앱솔루트한(완전무결한, 절대적인의 뜻) 세계’라는 이름으로 현존하지 않는 이상적인 세계를 제시해, 앱솔루트가 ‘이상적인’ 보드카임을 알린다는 개념으로 호평을 받았다.
세계 주요 주류회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 세계 시장 판도에 영향을 줄만큼 ‘매력적인’ 업체가 된 빈앤드스피리트 쪽에선, 오히려 대형 주류업체에 인수되지 않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빈앤드스피리트의 최고경영인 벵트 바론은 “술 회사가 너무 커지면 각 상품을 최적화시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얼마나 규모를 키워야 충분히 크다고 여길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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