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직립보행은 ‘에너지 절약책’
‘산소 소모량’ 네발 사용할때의 4분의1
침팬지 다섯 마리를 러닝머신에서 걷도록 했다. 두 다리로 걸을 때와 네 다리를 모두 쓸 때의 산소 소모량을 비교했다. 다섯 마리 가운데 한 마리는 두 다리로 걸을 때 산소 소모량, 곧 에너지 소비량이 적었다.
미국 애리조나대학 인류학과 데이비드 라이칠런 교수 연구팀은 이 침팬지 한 마리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인류가 직립보행으로 진화하게 된 것은 이 방식이 에너지 소모량을 상대적으로 줄이기 때문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힘이 덜 들기 때문에 두 다리로 걷기를 선택했고, 이로써 비축하게 된 에너지와 자유롭게 사용하게 된 ‘앞다리’가 인류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산소 소모량 측정 결과, 같은 조건에서 사람이 두 다리로 걸으면 침팬지가 네 다리로 걸을 때에 견줘 에너지를 4분의 1밖에 쓰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도 이런 결론을 뒷받침한다.
나머지 침팬지 네 마리는 네 다리, 두 다리로 걸을 때 별로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두 다리를 쓸 때 더 많은 에너지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칠런 교수는 “개체마다 에너지 소비량이 다양하게 나타난 것은 놀라운 결과”라며 “다양성(변이)이 존재하기 때문에 진화도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돌아다니거나 사냥하는 데서 에너지를 덜 쓰고 남은 에너지를 생식에 쏟는다면, 그것이 새로운 종을 탄생시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16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인터넷판을 통해 발표됐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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