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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파키스탄 대법원, 트렌스젠더 커플 결혼 인정할까?

등록 2007-06-29 22:34수정 2007-07-16 02:48

샤지나 타리크(24·왼쪽)와 남자로 성전환 수술을 한 그의 ‘남편’ 슈마일 라지(오른쪽)가 28일 대법원 선고를 받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샤지나 타리크(24·왼쪽)와 남자로 성전환 수술을 한 그의 ‘남편’ 슈마일 라지(오른쪽)가 28일 대법원 선고를 받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그이와 나는 서로 사랑한 것 뿐입니다.”

이슬람국가 파키스탄의 샤지나 타리크(24)와 그의 ‘남편’ 슈마일 라지(31)는 이슬람 교리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 내내 이렇게 주장해 왔다. 그리고 28일 석방이 돼 1달 동안의 옥살이를 마치고 자유의 몸으로 끝내 다시 만났다.

남편 라지는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지난 16년동안 두 차례의 성전환수술로 가슴과 자궁을 제거했다. 턱과 코 밑엔 수염이 시커멓게 나 있어, 보기에는 영락없는 30대 건장한 ‘남성’이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라호르 고등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법원은 남편 라지가 성전환수술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여자라고 판단했다. 지난달 28일 재판부는 이들 두 사람에게 3년 징역과 벌금 1만루피(약15만원)을 선고했다. 동성끼리의 결혼을 금지하는 이슬람의 율법과 이에 근거한 파키스탄 헌법을 위반한 데 따른 결과다. 재판부는 이들의 죄가 사형으로 엄벌할 수도 있는 ‘중죄’지만, 두 사람이 자신들의 ‘범죄’에 대해 ‘무조건적인 사과’를 한 것을 참작해 관용을 베풀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을 고발한 것은 ‘아내’인 타리크의 집안이다. 타리크의 가족들은 ‘남편’ 라지의 성별을 알아보니 성전환자였으며,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 ‘여성끼리의 동성애’는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아내 타리크의 설명은 다르다. 자신의 집안에 다른 속내가 있다는 것이다. 타리크는 가족들이 원래 자신을 ‘강제로’ 시집보내고 받을 지참금으로 집안 아저씨의 도박빚을 갚을 생각이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이처럼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등법원의 판결로 옥살이를 하던 두 사람은 지난 18일 대법원에 상고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고등법원에서 판결 당시 남편 라지의 성별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상 신체검사도 하지 않고 라지가 여성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반면, 재판 도중 결혼기록이나 청원서, 법정선서 내용, 결혼증명서 등 모든 공문서에서, ‘여성’인 라지가 자신의 성별을 '의도적으로 남자라고 속였다'는 주장도 있었다.

대법원은 28일 이들에게 징역형과 벌금형을 내린 고등법원 판결을 결국 파기했다. 또 이들에게 보석을 허가해, 두 사람은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됐다.


다음 재판 날짜에 대한 공고는 아직 없었으나,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에서 트랜스젠더를 인정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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