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희씨 육성 분석 내용
국내전문가들이 본 조씨 심리
극단적인 피해망상증 드러내
“불평등한 세상 교정” 합리화
이민자 겪는 억압 심리도 보여
극단적인 피해망상증 드러내
“불평등한 세상 교정” 합리화
이민자 겪는 억압 심리도 보여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23)씨가 미국 <엔비시>(NBC) 방송에 보낸 사진과 동영상 등이 공개되면서 그의 범행 동기와 목표 등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들 자료를 바탕으로 조씨가 피해망상 속에서 자신의 범행을 순교와 일치시키려 했다고 분석했다.
심리적 억압=조씨는 동영상에서 끊임없이 ‘너’(you)를 들먹이고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너’는 옛 여자친구와 같은 특정한 인물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상당수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자신에게 심리적 억압상태를 만들어 온 바깥세상을 한데 묶어 ‘너’로 지칭했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을 거부해 온 수많은 여자들과 돈많은 집 아이들, 수업시간에 자신을 이상하다고 손가락질한 교수 등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행정학)도 동영상 속의 ‘너’가 큰 범주에서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환경 전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피해망상·정신분열증=정신의학적으로 조씨는 피해망상증이나 정신분열증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유범희 성균관대 의대 교수(정신과)는 “조씨는 자신을 조직적으로 괴롭히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동영상 내용 가운데 ‘희생당한 나와 내 아이들과 내 형제 자매들’이라는 표현이 있고, 가상의 여자친구 ‘줄리엣’이 있다는 보도 등을 종합해 보면, 여자 친구와 아기가 있다는 망상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또 ‘오늘과 같은 참사를 피할 수 있는 천억번의 기회가 있었다’는 표현에서는 오랫동안 누적돼 온 피해망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피해망상으로 대표되는 망상성 장애와 이보다 좀더 심각한 편집형 정신분열증이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유 교수의 진단이다. 그러나 유 교수는 “정신분열증이나 피해망상이 이렇게 대규모 희생자를 낸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이번에 대규모 희생자가 생긴 이유는 총기를 누구나 손쉽게 가질 수 있는 미국 사회의 총기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조씨는 사진과 동영상에서 양손에 총을 들고 서 있는 등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포스터 장면과 흡사한 모습을 연출했다. 임상심리학자인 조용범 박사는 “조씨는 스스로 영화 혹은 다큐멘터리를 찍으려 한 것”이라며 “영화 매트릭스가 망상적으로 가기 쉽고 재미있는 소재라서 망상증 환자에게서 많이 발견된다”고 분석했다. 그의 이날 행위도 <매트릭스>에서 적지 않은 모티브를 따왔을 것이라는 얘기다.
자기 합리화=범죄심리적인 측면에서 이번 사건은 극단적인 반문명주의자로 우편물 폭탄테러를 감행한 ‘유나바머’ 사건이나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과 연관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조용범 박사는 “나는 순교자이고 앞으로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이 이 일을 할 것이라는 동일한 메시지의 선상에 조씨가 있다”고 말했다. 조씨가 자신을 예수에 비유함으로써 타인은 세속에, 자신은 성스러움의 위치에 올려놓은 것은 자기 합리화를 시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현 건국대 교수(정신과)는 “자신에 대한 합리화가 많이 진행되면 의무감이 생겨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자신의 죄책감을 줄이고 대의명분을 위해 하는 것인 양 예수에 비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니던 대학교 안에서도 아는 학생이 없을 정도로 외부 세계와 벽을 쌓고 지내 온 것으로 알려진 조씨가 사진과 비디오 테이프를 방송사에 보낸 이유도 마찬가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자신의 범행이 개인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회적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지로 봐 달라는 것”으로 해석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도 “조씨는 스스로 사명을 띠고 응징을 하는 걸로 생각했기 때문에 행동에 대한 논리의 정당성을 알리는 게 필요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헌정 고대안암병원 교수(신경정신과)는 “1차 총격과 2차 총격 사이에 우편물을 보낸 것은 자신이 자랑스럽고 (자신의 생각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중 살인범은 대개 조씨처럼 범행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하지만 유영철씨나 정남규씨와 같은 연쇄 살인범의 경우는 범행을 은폐하고 완전범죄를 꿈꾼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게 학자들의 설명이다.전종휘 김기태 유신재 기자 symbio@hani.co.kr
조용범 박사는 “나는 순교자이고 앞으로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이 이 일을 할 것이라는 동일한 메시지의 선상에 조씨가 있다”고 말했다. 조씨가 자신을 예수에 비유함으로써 타인은 세속에, 자신은 성스러움의 위치에 올려놓은 것은 자기 합리화를 시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현 건국대 교수(정신과)는 “자신에 대한 합리화가 많이 진행되면 의무감이 생겨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자신의 죄책감을 줄이고 대의명분을 위해 하는 것인 양 예수에 비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니던 대학교 안에서도 아는 학생이 없을 정도로 외부 세계와 벽을 쌓고 지내 온 것으로 알려진 조씨가 사진과 비디오 테이프를 방송사에 보낸 이유도 마찬가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자신의 범행이 개인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회적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지로 봐 달라는 것”으로 해석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도 “조씨는 스스로 사명을 띠고 응징을 하는 걸로 생각했기 때문에 행동에 대한 논리의 정당성을 알리는 게 필요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헌정 고대안암병원 교수(신경정신과)는 “1차 총격과 2차 총격 사이에 우편물을 보낸 것은 자신이 자랑스럽고 (자신의 생각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중 살인범은 대개 조씨처럼 범행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하지만 유영철씨나 정남규씨와 같은 연쇄 살인범의 경우는 범행을 은폐하고 완전범죄를 꿈꾼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게 학자들의 설명이다.전종휘 김기태 유신재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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