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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사회향한 ‘뒤틀린 증오’…참극 이어 또 충격

등록 2007-04-19 19:23수정 2007-04-20 00:03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발생 사흘째인 18일 밤(현지시각)  희생자 가족들이 추모집회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사이, 범인 조승희씨의 증오에 가득한 영상이 미국 전역에 방영됐다. 사진 왼쪽은 조씨가 실제 범행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권총을 든 사진을 보도한 <엔비시> 방송 장면.  알렉산드리아/AP 연합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발생 사흘째인 18일 밤(현지시각) 희생자 가족들이 추모집회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사이, 범인 조승희씨의 증오에 가득한 영상이 미국 전역에 방영됐다. 사진 왼쪽은 조씨가 실제 범행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권총을 든 사진을 보도한 <엔비시> 방송 장면. 알렉산드리아/AP 연합
조승희씨, '타락사회' 복수 자청...외톨이 소외감 병적 상태
‘또 한번의 충격이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현장에서 희생자들과 함께 숨진 조승희씨가 자신의 제작한 동영상물로 사건 발생 이틀 만에 다시 등장하자, 미국 사회는 다시 전율했다. 조씨는 자신이 보낸 사진과 동영상물을 통해 사회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극단적인 증오와 복수심을 드러냈다.

공개된 동영상과 사진에서 이번 사건이 여자친구 문제 등으로 말미암은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오랫동안 면밀하게 준비된 범행으로 확인되고 있다. 조씨는 미리 준비한 이 동영상 등을 범행 도중에 태연하게 소포로 보냈다. 범행의 순서도까지 미리 짠 것으로 보인다.

<엔비시>(NBC) 방송이 18일(현지시각)부터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그는 그동안 내면에 꼭꼭 쌓아 온 사회로부터의 소외에 대한 분노를 분출시키고 있다. 조씨는 영상물에서 “너희는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어떤 선택권도 주지 않았다” “너희는 누군가 너희 얼굴에 침을 뱉고 목으로 쓰레기를 처넣는 기분을 아는가?” “너희는 모든 것을 가졌다” 등 사회로부터 따돌림을 당했음을 드러냈다.

조씨는 “너희는 금목걸이로 만족하지 못했다. 이 속물들아! 모든 방탕함도 만족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분노를 사회 탓으로 돌렸다. 살인극은 1978년부터 18년 동안 이른바 연쇄 편지폭탄 테러를 저질렀던 ‘유나바머’처럼, 사회적 명분으로 포장됐다.

“모세처럼 바다를 가르고 내 사람들을 이끌겠다”

<엔비시>가 19일 2차로 공개한 동영상에서는 더욱 심각한 과대망상증적 성향이 드러난다. 그는 “모세처럼 바다를 가르고 내 사람들을 이끌겠다” “약자들, 무방비의 사람들, 모든 세대의 순진한 어린이들을 위해 이 일을 했다”라며 자신의 잔인한 범죄를 구원 행위로 착각하고 있다. 그는 “내가 이처럼 죽는 것을 꿈꿨다고 생각하느냐? 100만년 동안 나는 이 일을 원하지 않았다”고 자신의 행위에 장황한 의미를 부여했다. 또, 모자를 뒤집어 쓴 채로 ‘길의 종말’ ‘원래 인생이란 그런 것’ 등 범죄를 암시하는 말을 내뱉는다. 그는 총기난사를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수단으로 여겼던 것이다. 대참사는 조씨에게 ‘타락한’ 사회를 향한 복수와 순교로 정당화됐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9일 “정서장애의 외톨이가 변명과 (헛된) 영예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클리대 심리학과 스티브 힌쇼 교수는 “자신이 얼마나 고통을 겪었는지를 보여주면서,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기 파괴적이고 영웅심리적 태도로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려 했지만, 대부분 분노와 병을 앓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33명이 목숨을 잃은 비극은 정신병원에 한때 강제 입원될 만큼 심각한 정서장애를 겪은 조씨가 택한 최악의 선택이었다.블랙스버그/류재훈 특파원,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중상을 입은 아들을 둔 어머니 마티 반 후크가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는 모습이다. 알렉산드리아/AP 연합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중상을 입은 아들을 둔 어머니 마티 반 후크가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는 모습이다. 알렉산드리아/AP 연합

조씨, 범행도중 NBC에 선언문·동영상 보내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조승희(23)씨가 범행 도중 미국 <엔비시>(NBC) 방송에 자신이 찍은 사진과 비디오 등을 우편으로 보내, 자신의 범행 동기 등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가 방송사에 보낸 우편물에는 범행 6일 전부터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비디오 파일 27개가 담긴 디브이디(10분 분량)와 두서없는 1800자 분량의 선언문, 사진 43장이 들어 있다고 이 방송이 18일(현지시각) 밝혔다. 발송 시각은 16일 오전 9시1분으로 돼 있어, 조씨가 처음 두 사람을 살해한 뒤 2차 범행에 나서기 조금 전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는 우편물 봉투에 반송주소도 적었으며, 보내는 사람 이름을 자신의 팔뚝에 적은 글자(Ismail)와 조금 다른 ‘Ishmael’(이스마엘)로 적었다.

사진 43장 가운데 두 장은 보통 대학생들처럼 웃는 모습을 담았으나, 나머지 41장은 단호한 모습들이다. 이번 사건에 사용된 것과 같은 권총 두 자루를 들고 있거나 총으로 겨냥하는 사진들도 있다. 선언문과 비디오 영상은 분노와 저주로 가득차 있다.

버지니아주 경찰청장인 스티브 프래허티는 “이것은 새롭고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이라며 “이 우편물의 가치를 분석·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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