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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새해 복맞이 다른나라에선…

등록 2006-12-31 19:26수정 2006-12-31 19:33


세계적으로 새해만 되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복(福)’일 것이다. 새해의 꿈과 희망이 그만큼 당차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와 교류가 활발한 미국, 중국, 일본의 새해 복 맞이 모습과 표정을 특파원 보고를 통해 살펴본다.

중국

집안 샅샅이 청소한뒤 문에 부적
만두 속 동전 넣고 ‘재복 뽑아봐’

중국 사람들은 새해가 오면 집안 구석구석을 깨끗이 청소한다. 유리창 바깥 쪽까지 샅샅이 닦을 정도로 공을 들인다.

그런 다음에 ‘춘련’(春聯)이라는 글귀를 문 앞에 붙인다. 돈 많이 벌고, 무병장수하기를 비는 축원이 대부분이다. 춘련에선 소리가 같거나 비슷한 한자를 이용한 말놀이가 많이 사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복’(福) 자를 거꾸로 붙이는 것이다. 복이 뒤집힌 셈인데, 사실은 ‘복이 온다’는 뜻이다. 중국 말에서 ‘뒤집히다’(倒)와 ‘오다’(到)의 음이 같은 데서 나온 재치이다.

중국의 전통 새해맞이는 음력으로 정월 초하루인 ‘춘절’(春節)을 앞두고 이뤄진다. 애초 ‘원단’(元旦)이라고 불리던 이 음력 설날은 1911년 신해혁명으로 들어선 중화민국이 양력을 채택하면서 춘절로 이름이 바뀌었다.

중국인들은 새해 초부터 춘절 선물을 장만하며 소란을 떤다. 유명 상점에는 손님들이 밀려들어 비집고 들어가기도 힘들 정도이다. 중국에선 돼지해에 태어난 아이는 편안하게 산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에, 특히 황금돼지 해인 올해 아이를 낳으려는 부모들도 많다.

춘절이 오면 온 식구가 모여 〈중국중앙텔레비전〉의 특집 쇼프로그램 ‘춘절만회’(春節晩會)를 보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대표적인 음식은 우리의 만두와 비슷한 ‘지아오즈’(餃子)다. ‘교(餃)’는 ‘바꾸다’는 뜻을 가진 ‘교(交)’와 소리가 비슷하다. 만두를 먹으면서 해가 바뀜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만두를 빚을 때 동전을 몇 개 집어넣기도 하는데, 동전을 씹는 이에겐 재복이 깃든다고 믿는다. 장수를 비는 뜻에서 땅콩(長生果)을 먹기도 한다. 생선을 먹을 땐 꼭 남긴다. ‘생선이 남다’(有魚)가 ‘여유가 있다’(有餘)는 뜻의 중국어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중국 새해맞이의 절정은 폭죽 터트리기다. 옛날에 ‘니엔’(年)이라는 맹수가 있었다고 한다. 니엔은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다. 이에 화가 난 하느님이 니엔을 잡아 가두고 섣달 그믐날 밤에만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사람들은 니엔이 붉은 색과 시끄러운 소리를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날이 오면 집집마다 붉은 종이를 붙이고 징과 북을 쳐댔다. 대나무를 태워 날카로운 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폭죽(爆竹)이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대도시에선 화재를 우려해 폭죽 터뜨리기를 금지하고 있으나, 아이들의 환호와 폭죽 소리는 밤새 이어진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일본

“복의 신 앉아서 기다리지 말자”
유명 신사 ‘참배 여행객’ 북적

일본 도쿄 고토구 한 대형할인점 매장에 진열된 시메나와 등 일본의 새해맞이 장식물. 도쿄/박중언 기자
일본 도쿄 고토구 한 대형할인점 매장에 진열된 시메나와 등 일본의 새해맞이 장식물. 도쿄/박중언 기자
일본의 새해 인사는 다소 밋밋하다. 가장 흔한 인사말이 ‘새해를 맞이한 것을 축하합니다’라는 것이다. 우리처럼 복을 많이 받으라고 직접적으로 인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액을 막고 복을 불러들이는 전통 풍습은 많이 살아 있다. 연말이면 동네 가게에서 새해 복 맞이 장식물을 잔뜩 쌓아놓고 판다. 대표적인 것이 ‘시메나와’다. 현관문이나 집안에 마련된 신단·불단의 위쪽에 매다는 굵은 새끼줄이다.

일본의 전통풍습에 따르면, 조상신이 새해 첫날 각 가정을 찾아와 한 해의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이 장식물은 신을 집안으로 맞아들이기 위한 표시인 동시에 액을 막아주는 상징물이다. 현대식 주택에도 어울리게끔 화려한 디자인을 한 장식물들도 많이 등장했다. 현관 앞에 대나무와 소나무 가지를 세워두는 것도 같은 의미다.

음력을 쇠지 않는 일본인들은 1월1일에 가족 단위로 신사나 절을 찾아 새해 소망을 빈다. 새해 처음 참배한다는 뜻에서 ‘하쓰모데’라고 부른다. 가족들이 집에 함께 모여 신을 조용히 맞이하는 게 전통적 풍습이었으나, 메이지 시대부터 이렇게 바뀌었다. 복의 신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만 말고 나가서 복을 얻어오겠다는 적극적 사고방식의 반영이다.

특히 철도가 급속히 발달하면서 집 가까운 데를 벗어나 유명한 신사·절로 참배 인파가 몰리는 현상이 생겼다. 3대 명소가 도쿄의 메이지진구(2006년 305만명), 지바의 나리타산 신쇼지(275만명), 가나가와의 가와사키다이시(272만명)다. 신사나 절로선 새해 첫날의 수입이 상당하기 때문에 참배객 유치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낸다. 철도회사도 운임 수입을 겨냥해 신사·절과 ‘연합전선’을 편다.

‘복’이란 말은 연말연시 대목을 맞은 백화점과 수퍼 등에서 가장 많이 쓴다. 다양한 물건을 큰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 싼 값에 파는 ‘복 주머니’를 일제히 내놓아 고객들을 유혹한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 전날 귀신이나 도깨비 가면을 쓴 사람을 향해 “복은 들어오고 귀신은 나가라”라고 소리치며 콩을 뿌리는 놀이인 ‘마메마키’로 일본의 연초 복맞이 풍습은 마감된다.

글·사진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미국

뉴욕 ‘카운트다운 행사’ 대표축제
미식축구 대학 챔피언전에 “와~”

미국 사람들은 어느 나라 사람 못지 않게 새해를 떠들썩하게 맞는다.

12월31일 밤 11시 59분 뉴욕 맨해튼 중심가 타임스스퀘어에서 벌이는 송년 카운트다운 행사는 한 해의 묵은 때를 털고 서로의 새해 소망을 비는 가장 대표적인 축제이다. 1906년 시작된 이 행사는 뉴욕의 행사를 넘어서 미국 전체의 행사가 됐다. 광장 한편의 기둥에서 대형 크리스털볼(전구와 크리스털로 만든 공)이 하강을 시작하면 수십만명의 인파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볼이 바닥에 닿는 순간 새해를 알리는 숫자와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카운트다운을 마친 사람들은 해가 바뀌는 짧은 순간 포옹과 키스를 교환하고 서로에게 ‘해피뉴이어’를 기원하며 〈올드랭사인〉을 합창한다.

새해 카운트다운은 뉴욕에서만 하는 행사가 아니다. 라스베이거스, 뉴올리언스 등 미국의 주요 도시와 휴양지, 집회 장소마다 크고 작은 특색 있는 송년·새해맞이 파티와 축제가 열린다.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가정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하는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의 송년행사를 지켜보며 조촐한 파티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새해 첫날의 대표적인 축제는 미국 서부 쪽에서 벌어진다. 1일 아침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시 북쪽에 위치한 패서디나에서 열리는 로즈퍼레이드와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미식축구의 대학챔피언십 시리즈 결승전인 로즈볼 경기가 미국인의 눈을 사로잡는다.

1890년 캘리포니아의 좋은 기후를 널리 알리기 위해 시작된 로즈퍼레이드는 매년 규모가 커져 꽃마차와 밴드, 기마대 등 행사행렬만 5.5마일이나 된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특별한 일이 없는 미국인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유혹한다. 118회째인 이번 행사는 〈스타워즈〉 30주년을 기념해 조지 루카스 감독이 총감독을 맡아 〈스타워즈〉 주제의 마차와 음악이 행진에 더해졌다. 특히 올해 7명의 로즈 프린세스 중엔 재미동포 수 박(16)이 뽑혀 꽃차를 타게 된다.

1월1일 미국인들은 친구나 친척 이웃을 방문해 새해 인사를 나누고 음식을 나눠먹는다. 그러나 추수감사절 때의 칠면조 요리처럼, 특별한 세시 음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새해 아침, 많은 미국인들도 살빼기, 금연, 금주, 저축 등 나름의 새해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새해 결심’을 다진다. 그러나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이 가족과 함께 하는 행사라면,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연말연시는 무엇보다도 자신들에게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행사로 인식되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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