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유엔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된 존 볼턴 국무부 차관(오른쪽)이 워싱턴 국무부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반유엔 초강경파 볼턴 유엔대사에
국익지키기 공세 불보듯
인준청문회 대격돌 예고
“누굴 유엔 대사로 보내야 유엔을 가장 약올릴 수 있느냐고 조지 부시가 물으면 대답은 분명하다. 바로 존 볼턴이다.” 7일(현지시각)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존 볼턴 국무부 군비통제담당 차관을 유엔 대사로 지명하자, 진보적인 잡지 <네이션>은 이를 비꼬아 이렇게 표현했다. ◇ 깜짝 놀란 국제사회=부시 대통령의 뜻밖의 인사에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깜짝 놀랐다. 이날 오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볼턴 차관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와 그의 유엔 대사 지명을 공식 발표한 직후,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평소 유엔 무용론을 서슴없이 주장했던 초강경파인 볼턴을 유엔 대사로 임명하리라곤 쉽게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볼턴의 노골적인 유엔 비난은 유명하다. 그는 “뉴욕 유엔본부 건물의 10개 층을 없애버려도 별로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고 유엔의 무능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적이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볼턴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행동에 가장 호의적인 사람 중 한명이다. 또 다자적 접근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 중 한사람이다”라고 평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라이스 장관은 “역대 미국의 뛰어난 유엔대사들 중 상당수는 가장 강력한 목소리를 가진 이들이었다”고 볼턴을 옹호했다. 볼턴 역시 “긴밀한 협력과 ‘솔직한 대화’는 상호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긴요하다”고 말했다. ◇ 유엔 뒤흔들기=그러나 볼턴이 유엔과 협력을 잘 해 나가리라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이라크 침공 반대를 비롯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유엔을 미국 의도대로 ‘개혁’하는 첨병 구실을 하리란 관측이 유력하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나일 가드너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볼턴의 거친 태도는 유엔 곳곳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겠지만 그게 부시 행정부가 바라는 것이다. 볼턴은 미국의 국익을 유엔에서 공세적으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볼턴의 상원 인준청문회는 험난할 게 분명하다. 존 케리 등 민주당 상원 중진들은 “유럽과 관계개선을 하겠다고 하고서 이렇게 인사를 하면 세계가 미국을 어떻게 보겠느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볼턴은 4년 전 국무부 차관에 임명될 때도 민주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 57 대 43으로 간신히 상원 인준투표를 통과했다. ◇ 대북 강경 기조 유지=북한 붕괴론자인 그의 유엔대사 임명이 북한 문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거리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 셀리그 해리슨은 “볼턴은 국무부 부장관 승진을 내심 바랐지만 라이스가 이걸 거절했다. 그의 유엔대사 임명은 부시 행정부내 강온파간 권력다툼의 산물이지, 북핵 문제를 곧 유엔으로 가져가겠다는 신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볼턴의 약진은 부시 2기 행정부에서 (북한 붕괴를 주장하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입김이 계속 유지될 것이란 뜻”이라며 대북 강경 분위기의 득세 가능성을 점쳤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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