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재 결의 지연…미 강경파 주문 거세
‘이란 본보기’로 북핵 대응 강경해질 듯
‘이란 본보기’로 북핵 대응 강경해질 듯
북한의 핵실험은 핵문제로 국제 외교무대를 뜨겁게 달궈온 이란에도 미묘한 함수관계를 던지고 있다.
미국은 오랜 ‘기다림’을 끝내고 이번주 이란 제재 결의안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미국은 지난 6일 어렵게 러시아와 중국을 설득해 유엔 안보리에서 약한 단계의 이란 제재 결의안을 논의하기로 합의를 끌어냈다. 이를 외교적 승리로 자평했다. 그러나, 북한이 9일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부시 행정부의 이란 제재 계획에도 낙진이 떨어졌다.
이란에 지렛대를 주다= 단기적으로 북한 핵실험이 이란에 대한 압력을 분산시키고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는 데는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이란의 정치분석가 하미드 레자 쇼코우히는 일간 <마르돔사라리>에 “전세계가 북핵에 집중하는 동안 이란이 자체 핵 프로그램을 추진해 갈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최근 부시 행정부는 이란 핵문제에 집중하면서 북핵은 뒷전으로 미뤄두는 정책을 취했지만, 이번 사태로 태도를 바꿀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큰 틀에서, 북한 핵실험은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 전체를 기로에 서게 만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10일 부시 대통령이 5년 전 ‘악의 축’으로 지목한 국가들 가운데,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했고 이란은 우라늄 농축 중단을 거부하고 있으며 이라크는 내전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3개의 문제가 서로를 강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핵 대응은 이란에 본보기”=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이란에 ‘학습효과’를 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란에 ‘교훈’을 주기 위해서라도 북한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문이 강경파를 중심으로 거센 상황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선임연구원 로버트 아인혼은 <워싱턴포스트>에 “이란은 북한 핵실험 이후 안보리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라며 “유엔이 강하게 행동하지 못하면 이란은 처벌받지 않고 행동할 길이 열린 것으로 여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란 핵을 최대 위협으로 비난해온 이스라엘은 북한을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이스라엘의 대니 아얄론 유엔주재 대사는 “북한은 핵 능력을 증명해 보였으며, 이란과 협력해 이란 핵 프로그램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이란 변수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직접협상만이 해법”= 한편에선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이란·북한과 직접 대화를 회피하면서 5년 가까이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서 갈팡질팡해온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 실패 때문이라며, 해법은 미국이 직접 협상에 나서는 것뿐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타임>은 부시 행정부가 이란·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오는 것을 꺼리지만, 다른 효과적 대안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유럽연합이나 중국, 러시아는 산유국으로 경제적 이해관계가 큰 이란과의 협상을 계속하길 원하며, 미국이 협상에 참여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란 역시 자국 핵 프로그램의 북한과의 차이를 강조한다. 북한의 핵무기와 달리 이란은 핵기술과 에너지를 위한 평화적 프로그램을 추구하고 있으며, 핵확산금지조약(NPT) 규정을 준수해 왔다는 것이다. 이란은 9일 국영 라디오 방송을 통해 “북한 핵실험은 미국이 위협과 굴욕을 준 데 대한 반작용”이라며 미국의 ‘핵 이중기준’을 비난했다. 안보리가 핵확산금지조약 회원국들의 평화적 핵 이용권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미국의 핵 정책을 비난하면서도, 핵확산금지조약 회원국인 이란의 핵 개발 권리를 강조한 것이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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