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왼쪽)와 이스라엘 군인이 각각 전장에서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두 개의 전쟁’이 치러지는 가운데 주요 글로벌 방산기업들의 지난해 무기 판매 수주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방산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도 폴란드 등 ‘동유럽 특수’에 힘입어 같은 기간 동안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7일(현지시각) 미국의 록히드마틴·보잉 영국의 비에이이(BAE)시스템즈,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15개 글로벌 방산기업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현재 이들의 무기 판매 수주 잔고를 더한 금액이 7776억달러(1003조1800억원)로, 2년 전(7012억달러)보다 10% 이상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세계 군사 분야 지출 역시 전년보다 3.7% 늘어난 2조2400억달러로 최고치였다.
기업별로는 록히드마틴이 1500억달러로 최대 수주 기업으로 기록됐고, 제너럴다이너믹스(911억달러)·비에이이시스템(708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무기 수주 규모가 2021년 39억달러에서 지난해 152억달러로 6배 가까이 늘어난 점이다. 이 기업은 지난해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안보 위협을 느낀 폴란드가 케이(K)-9 자주포’를 대규모로 사들이는 계약에 나서며 큰 수혜를 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점을 꼬집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잔고가 급증해 가장 큰 폭의 증가를 보인 기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전체의 무기 판매량도 2000년 세계 31위에서 지난해 9위까지 상승했다.
무기 판매 증가 속도는 올 들어 더 빨라지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15개 기업의 수주잔고는 7640억달러로 이미 지난해 1년치 기록에 육박하고 있다. 실제 올해 글로벌 방산기업 사이에선 무기를 “만들면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겠다는 수요가 넘쳐난다.
올 상반기 록히드 마틴의 수주잔고는 1580억달러로 이미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었고, 제너럴다이너믹스(914억달러), 비에이이시스템(842억달러) 등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상반기 실적이 148억달러로 집계돼 벌써 지난해 매출에 육박하고 있다. 신문은 주요 방산기업들의 수주가 크게 늘어난 것은 주로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물자를 지원한 뒤 줄어든 자국 비축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나마 이 통계는 지난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의 거래액이어서 올해 최종 실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