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할머니 집에서 보내기 위해 보호자 없이 홀로 여행길에 올랐던 6살 아이가 비행기를 잘못 올라타 엉뚱한 장소에 내리는 일이 벌어졌다. 가족들은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아이를 승무원에 인계했는데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미국 시비에스(CBS)는 스피릿 에어라인이 지난 21일 보호자가 없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플로리다주 포트 마이어스까지 이동할 예정이던 어린이가 올란도행 비행기에 잘못 탑승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플로리다주의 포트 마이어스와 올란도는 약 257㎞나 떨어져 있다.
항공사 쪽은 해당 어린이의 신원이나 사고 경위를 공개하지 않은 채 내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만 밝혔다. 항공사는 “해당 어린이는 직원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고 착오를 발견하자마자 가족과 즉각 연락을 취했다”고 덧붙였다.
아이는 6살 소년으로 할머니 마리아 라모스를 만나기 위해 보호자 없이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시비에스는 전했다. 아이가 비행기를 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이의 어머니가 항공권 가격에 보호자 미동반 미성년자 추가 요금을 150달러(약 19만원) 지불했다고 올란도 현지 매체 ‘폭스 35 올란도’는 전했다.
가족은 어머니가 필요한 서류와 함께 자녀를 비행기 승무원에게 인계했는데도 엉뚱한 비행기에 탔다고 분개했다. 라모스는 “그들이 ‘아이가 비행기에 타지 않았고, 비행기를 놓쳤다’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내가 비행기 안으로 달려가 승무원에게 ‘내 손자가 어디 있느냐, 당신에게 인계된 게 아니냐’고 묻자 승무원은 ‘아이를 데리고 탄 적이 없다’고만 말했다”고 덧붙였다.
라모스는 뒤늦게 항공사로부터 손자가 올란도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손자의 짐은 포트 마이어스에 도착했다. 라모스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고 싶다”며 “아이의 엄마가 서류와 함께 승무원에게 아이를 인계한 뒤 승무원이 아이를 혼자 가게 둔 것이냐. 왜 아이가 혼자 잘못된 여객기에 올랐느냐”고 했다.
보호자 없이 여행길에 오른 미성년자가 엉뚱한 비행기에 탑승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시비에스는 전했다. 앞서 2019년에는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를 경유해 스웨덴으로 갈 예정이었던 14살 소년이 독일행 유나이티드항공 항공편에 잘못 탑승한 사건이 있었다.
애초 경유지에 해당 소년이 도착하면 유나이티드항공 직원이 비행기 탑승구까지 데려다주고 마지막 비행기를 타도록 안내할 예정이었지만 그 사이 항공편이 변경된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소년을 잘못된 비행기에 탑승시킨 것이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공식 사과하고 소년의 어머니에게 보호자 미동반 미성년자 추가 요금 150달러를 환불해줬다.
2009년에도 주말 사이에 8살과 10살의 소녀 2명이 각각 보호자 없이 여행길에 올랐다가 잘못된 콘티넨털 익스프레스 항공편에 탑승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