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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산하 전문기관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13일(현지시각) 전세계가 다 함께 시간을 정기적으로 1초씩 늘리는 ‘윤초’(閏秒)의 폐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2일 국제전기통신연합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전파통신회의(WRC-23)에서 “2035년까지 ‘윤초’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전했다. 이 기관은 아직 회의 결과를 공식 발표하진 않고 있다.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 협의를 해야 하는 국제도량형총회(CGPM)는 이미 지난해 프랑스 파리 총회에서 ‘윤초 폐지’를 결의했다.
윤초는 지구 공전과 달력 날짜를 맞추기 위해 4년에 한번 2월29일을 넣는 ‘윤달’처럼 지구 자전이 기준인 하루 24시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1초를 더하는 것이다. 이런 수고로운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지구에 ‘두개의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생긴다.
현재 세계 공통 시간인 ‘표준시’는 세슘 동위원소(원자번호 133)가 91억9263만1770회 진동하는 시간을 ‘1초’로 본다. 오차가 3천년에 1초에 불과할 만큼 정교하다. 반면 지구가 스스로 하루 한바퀴 도는 걸 24시간(8만6400초)으로 치는 ‘천문시’도 있다.
그런데 지구 자전 속도는 때에 따라 살짝 느리거나 빨라진다. 이럴 때 표준시를 천문시에 맞추기 위해 1초를 더하는 게 윤초다. 표준시와 천문시 차이가 1초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이번 회의에선 일단 2035년까지 윤초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이 내려진다.
윤초의 개념이 생긴 것은 1972년부터다. 이후 27차례의 윤초가 있었다. 가장 최근 윤초는 7년 전이었다. 2016년 12월31일 11시59분59초에 1초를 더해 다음날 새벽 0시00분00초가 2초간 이어졌다. 일부 컴퓨터 시스템은 그로 인해 이를 11시59분60초로 인식했다.
윤초로 인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콴타스 항공사가 2012년 윤초로 인한 발권 시스템 오류로 항공기 400여편의 운행을 멈춘 게 대표적이다.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윤초 폐지 요구가 잇따랐던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 국립물리학연구소의 피터 위벌리 선임연구원은 최근 지구 자전 속도가 빨라지는 것에 대해 “앞으로 ‘마이너스 윤초’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초 범위를 60~100초 정도로 늘리는 ‘윤분’도 검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수백년간 표준시를 조정하지 않아도 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