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구의원 선거 유세가 펼쳐지는 홍콩의 거리에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10일 치러진 제7회 홍콩 구의원 선거 최종 투표율이 27.54%로 집계됐다. 1997년 이후 치러진 7차례 구의원 선거 중 최저 투표율이다.
홍콩 선거사무처는 11일 오전 누리집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 433만3106명 가운데 119만3193명이 투표해, 투표율이 27.5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 이후 치러진 구의원 선거 중 역대 최저 투표율이었다. 앞서 최저치는 1999년 제1회 구의원 선거 때 투표율 35.82%였다.
바로 직전인 2019년 11월 제6회 선거는 당시 범죄인을 중국으로 보내는 ‘송환법’에 반대한 시위가 거센 가운데 치러져, 71.23%이라는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었다. 이 선거에서 민주세력이 전체 의석의 81%를 획득했다.
그러자 중국은 지난 2021년 이른바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홍콩의 선거제도를 개편했다. 이번 선거는 새 제도에 따라 치러진 첫 선거였다. 사실상 친중파만 당선될 수 있기 때문에 당선자보다 투표율에 더 관심이 쏠린 상황이었다. 투표율이 너무 낮을 경우 홍콩 시민들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홍콩 당국은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등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최저 투표율을 막지 못했다. 애초 투표시간은 이날 오전 8시 반부터 밤 10시 반까지 14시간이었지만, 홍콩 선거사무처는 마감 2시간 전인 오후 8시 반께 전산 시스템 고장으로 투표를 자정까지 90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투표 시간을 15시간30분으로 늘린 것이다. 게다가 선거사무처는 투표가 끝나고도 7시간이 지난 11일 오전 7시(현지시각)까지도 최종 투표율을 발표하지 않았다. 홍콩 선관위가 발표한 마지막 중간 투표율은 10일 오후 7시30분으로 당시 투표율은 24.53%였다.
투표 시간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연장되고, 투표가 끝난 뒤에도 최종 투표율이 발표되지 않자 일각에선 당국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홍콩 선관위는 투표 시간 연장은 원하는 사람 모두가 투표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홍콩 명보가 전했다.
홍콩 정부는 앞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투표 2~3일 전부터 투표 관련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노인요양원을 대상으로 투표소까지 노인들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미니버스를 마련하도록 보조금 2만홍콩달러(약 338만원)씩을 지급했다. 모두 190여개 요양원이 보조금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투표하고 나오는 이들에게 ‘투표 감사 카드’를 나눠줬다. 이에 대해선 정부 방침에 자유로울 수 없는 공무원을 압박하는 용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홍콩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투표 감사 카드가 500 홍콩달러(8만4천원)에 매물로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상호 욕설과 비판, 심각한 사회적 대립이 난무했던 2019년 선거 때와는 전혀 다르게 조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투표가 치러지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지방선거와 홍콩의 과거 구의회 선거를 볼 때 투표율이 25% 이상이면 좋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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