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사진의 내용은 무엇일까? 미리 사진을 본 적이 없거나 사진 설명이 도움이 없으면 단박에 어떤 내용인지 알 기 어려울 것이다. 두 사람의 남자가 저 멀리 붉은 기운을 바라보고 있다.
2. 이 사진은 무슨 내용일까? 지평선에서 역시 붉은 기운이 퍼져나오고 있다.
3. 이 사진도 마찬가지다. 어떤 내용일까?
4. 이 3장의 이미지는 익숙할 수도 있겠다.
영화 오펜하이머의 포스터(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주연, 소설 원작의 제목은 어메리칸 오펜하이머(왼쪽)
독일 조각가 오토 그레이너의 그림 <프로테메우스> 1909년 작. 몇 년 먼저 제작된 로댕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이 고개를 돌린 것같기도 하고 누구나 한 번 봤을 것 같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본 것 같은…(가운데)
2021년에 나온 그래픽 노블 <원자폭탄>(오른쪽)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 세계 최초의 핵실험 성공 이후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는 오펜하이머의 말은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 기타’에 나오는 비슈누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나는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이 대사를 보기 전에 그래픽 노블 ‘원자폭탄’에서 먼저 이 문장을 읽었다.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처럼 오펜하이머가 인류에게 가져다준 또 하나의 불은 원자폭탄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인류를 위해 불을 훔쳐 인류는 문명(기술, 지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오펜하이머가 개발한 원자폭탄의 명분은 “인명 살상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이제 앞에서 본 3장 사진의 설명을 볼 차레다.
1. 11월 16일 브라질 마토 그로수 주 포르토 조프레에 위치한 세계 최대 습지 판타날의 화재 현장에서 강 유역 주민과 치코 멘데스 생물다양성 보존 연구소 요원이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 11월 23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유니스 지역 상공에 이스라엘 공습으로 생긴 불 덩어리가 빛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3. 11월 18일 미국 텍사스 보카치카에서 스페이스엑스(X)의 스타쉽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언젠가 화성을 식민지로 만들 것을 기대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산불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해 지구상에 있는 최대 습지를 위협하고 있다. 이 사진에서 두 남자는 그냥 주어진 일(화재감시)을 할 뿐이다. 인간이 직접 불을 지른 것은 아닐지라도 화재의 원인 중 가장 의심스러운 것이 기후변화하고 하니 인간이 저지른 일들의 연쇄작용의 결과다. 그런데 인간의 힘으로 산불을 끌 방법이 없어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불인가 아닌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공습을 하고 있다.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불이 아닌 것이 명백해보이는데도 역시 인간이 목적을 가지고 포격을 하여 불바다를 만들고 있다.
우주선을 발사되고 있다. 자원이 고갈될 지구의 미래를 구하기 위해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할 희망을 꿈꾸고 있다. 그럼 저 화염은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불인가 아닌가? 원래 지구는 풍족하지 않았나?
1, 2, 3 석장 사진의 불은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불이 아닌 것 같다.
한 해가 가고 있다. 다음 사진들은 어떤가? 불빛은 긴 겨울밤에 따뜻한 마음을 전해준다. 아래 사진들의 불은 인간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불인 것 같다.
11월 21일 미얀마 타웅기에서 열리고 있는 빛의 축제에서 아이들이 풍등을 날려보내고 있다. AFP 연합뉴스
11월 21일 남아공 우핑턴에 위치한 콕사벤고아가 운영하는 KHI 솔라원공장의 헬리오스타트 전경. KHI 솔라원은 스페인 회사 콕사벤고아가 운영하는 50MW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다. AFP 연합뉴스
11월 17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 식물원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백만개가 넘는 전구로 꾸며진 이곳은 2024년 새해가 올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AP 연합뉴스
유감스럽지만 마지막 사진은 불꽃놀이나 풍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상공에 쏘아올린 포격의 화염이다. 시각적으로 유사할 뿐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행위로 인해 서양문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의 노력(특히 과학적 지식에 대한 탐구)과 지나치거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위험을 대표하는 인물로 왕왕 등장한다. 1818년에 출간된 메리 셀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부제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였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