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변북로에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들이 달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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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에스유비) 판매 규모가 2010년 수준을 유지한 채 늘지 않았다면 자동차 전체의 배기가스를 연평균 30%까지 줄일 수 있었을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세단에 비해 덩치가 크고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에스유비 증가를 억제하고 전기차 보급을 늘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25일(현지시각) 녹색 에너지 전문가 협력체인 ‘글로벌 연료경제 이니시어티브’(GFEI)가 세계 자동차 시장 추세 보고서를 내어 에스유비의 시장 점유율 확대와 에스유비 차량의 대형화 때문에 교통 분야의 탄소 저감 노력이 방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전세계 새 차 가운데 에스유비 차량 점유율은 2010년 25%를 밑돌았으나 2022년에는 51%까지 높아졌다. 이런 판매 확대만 없었어도 12년 동안 배기가스 등 환경 유해 물질이 연 평균 30%는 줄었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교통을 통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에너지 사용에 따른 배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교통 분야에서 배출량이 가장 큰 것이 승용차다.
보고서는 대형 에스유비의 평균 탄소발자국(직·간접적인 온실가스 유발량)은 5.2㎏으로 소형 세단(3.5㎏), 중형 세단(4.0㎏), 대형 세단(4.5㎏)보다 월등히 높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대형 에스유비의 무게는 평균 2.14t으로 대형 세단(1.66t)보다 29%나 무겁다. 소형 에스유비의 탄소발자국도 4.1㎏으로 세단에 비해 상당히 높다.
가솔린으로 환산한 연료 소비량은 대형 에스유비가 100㎞당 10.5ℓ에 달하며, 소형 에스유비의 연료 소비량도 대형 세단(6.5리터)를 앞서는 6.6ℓ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소형과 중형 세단의 연료 소비량은 각각 4.9ℓ와 6ℓ 수준이다.
보고서는 “더 크고, 더 무거우며, 더 강력한 차가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계속 인기를 얻고 있다”며 “에스유비는 제조업체로서는 가장 수익성이 좋은 차종이지만, 전기차로의 전환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승용차와 소형 트럭을 모두 아우르는 ‘경량 자동차’의 탄소 직접 배출량은 2005년부터 2020년 사이 연 평균 2.1% 줄었으며 이는 전기차 판매 확대에 힘입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전기차 판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국과 유럽의 경우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이 최근 3년 사이 연 6%씩 좋아진 반면 전기차 보급이 저조하고 대형차의 인기가 특히 높은 북미의 경우 연 1.6%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에 환경 규제 강화, 자동차의 탄소발자국 상한선 도입, 자동차 제조사별 규제 등을 통해 자동차 대형화 추세를 억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