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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 소도시 시장 선거가 ‘동전 던지기’로 당락이 갈렸다.
20일 미국 에이피(AP) 통신과 지역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먼로시 시장 선거에서 로버트 번스 후보가 동전 던지기 결과로 당선됐다. 인구 3만5000명인 먼로시 선거는 5명의 후보가 출마해 7일 투표를 진행했지만, 개표 결과 당선자가 나오지 않았다. 번스와 밥 야나섹 후보가 나란히 970표를 얻었기 때문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먼로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동전을 던지고 있다.(맨 왼쪽) 땅에 떨어진 동전(가운데). 당선이 결정되자 기뻐하는 로버트 번스 당선자(맨 오른쪽). 로버트 번스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이에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두 후보와 논의한 뒤 동전 던지기로 당선을 가리기로 결정했다. 에이피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법은 선거에서 동점자가 나올 경우 ‘추첨(lot)’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고 전했다.
야나섹은 동전의 앞면, 번스가 동전의 뒷면을 선택하고 선관위 관계자가 동전을 던졌다. 결과는 뒷면이었다. 번스가 페이스북에 올린 당시 영상을 보면 선관위 관계자가 던진 동전은 바닥에 떨어져서 한참을 지면과 수직이 돼서 굴러가다 멈췄고 뒷면을 보였다. 번스는 결과를 확인한 뒤 기쁜 표정으로 두팔을 들어 올렸다. 에이피는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두 후보가 악수한 뒤 짧게 포옹을 나눴다고 전했다.
로버트 번스 시장 당선자.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당선 뒤 번스는 페이스북에 ‘사랑해 먼로’라는 글을 올리고, 동전 던지기로 자신이 당선됐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를 공유하며 “전국 뉴스에도 나왔다”고 올렸다. 에이피는 야나섹이 영상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선거에서 패하지 않았다. 우리는 동전 던지기에서 졌다”고 결과에 낙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전했다.
‘동전 던지기 선거’는 먼로시가 처음이 아니다. 미국 일부 다른 주도 선거에서 동점자가 나올 시 결선투표 대신 추첨으로 당선자를 정한다. 2022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몇개 소도시는 동전 던지기로 시장이나 시의원을 뽑은 바 있다. 뉴질랜드도 2019년 구의원을 동전 던지기로 선출한 적이 있다.
시장 당선자를 가리기위해 던진 동전. 동전은 굴러가다(왼쪽) 바닥에 멈췄다. 로버트 번스 페이스북 갈무리
국내에선 선거에서 동점자가 나올 경우 어떻게 당선자를 결정할까.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고 총선, 지방선거에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연장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전남 나주시 기초의원 마선거구 개표결과 더불어민주당 김강정(60)·김명선(44) 후보가 나란히 1476표를 받았다. 선관위가 재검표를 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고, 결국 김강정 후보가 당선자에 이름을 올렸다.
총선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없었고, 역대 지방선거에서 연장자 당선이 8차례 있었다. 연장자 우선 원칙을 두고 차별 논란이 일자 결선투표를 도입하자는 법 개정안이 발의된 적이 있으나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다만, 2020년 총선에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라 공직선거법(189조 2항 2호)은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잔여의석이 발생해 그 의석을 나눌때, 필요시 정당 사이의 추첨에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